전성호 대전지방보훈청 보훈과 취업팀장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파탄에 빠뜨려 식민지화하기 위해 시설 개선 등의 명목을 내세워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차관을 들이도록 강요한다. 1907년까지 들여온 차관이 당시 대한제국 1년 예산과 맞먹는 약 1,3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대한제국으로써는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국민의 힘으로 국채를 갚고 국권을 지키기 위해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1907년 2월 대구 광문사 사장 김광제와 부사장 서상돈이 처음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하였고, 서울에서는 국채보상기성회를 설립하여 본격적인 운동을 준비하였다. 그 뒤 국채보상의 이름을 붙인 20여개의 단체가 창립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운동에는 각계각층이 참여하였는데 대한제국의 1대 황제인 고종도 그 뜻을 밝혔고, 고급 관료, 자본가, 지식인뿐만아니라 노동자, 기생, 백정 등 하층민들까지 적극 참여하여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전개되어 나갔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국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하나로 뭉친 사례는 또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 구제금융 신청을 하여 실질적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렀을 때에도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였다. 당시 해외 언론에서는 작은 금을 모아 어떻게 부채를 갚겠느냐며 비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을 모으기 위한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돌반지, 실가락지, 금두꺼비 등 집안에서 잠자고 있던 작은 금들이 모여 227톤의 금이 모이게 된다. 당시 총 부채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금모으기 운동은 나라를 살리자는 희망에 불을 지폈고,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단 4년만에 모든 부채를 갚으며 IMF 체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아직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확진자수는 136.45명으로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세번째로 적다. 사망자의 경우도 인구 10만명당 2.31명으로 회원국 37개 중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이는 과거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채보상운동 등으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단결력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많은 의료인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낸 성과일 것이다. 이러한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으로 지난해 12월 OECD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우수한 수치를 기록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113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나라빚을 갚기 위해 전개한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보여준 저력은 현재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K-방역으로 이어져 나가고 있다. 역사적인 위기 속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 역시 우리 국민 모두 합심하여 이겨내고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되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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