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운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회장

6월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번주는 6·25전쟁 도발 70주년을 맞고 있어 전쟁의 아픈 기억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이 더 고귀하게 느껴진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호국보훈은 오늘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책무이며 도리다. 그러나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그 의미가 점차 퇴색되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950년 6월, 이 땅 위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참혹했다. 부모는 자식을 잃고, 자식은 부모를 잃었다. 며칠 동안의 일일 줄로만 알았던 피붙이 간의 이별은 한 맺힌 70여 년 세월로 이어졌다. 남북한을 통틀어 50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겨났으며 全 국토가 초토화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이 전쟁을 막기 위해 全 세계 젊은이들도 많은 피를 흘렸다. 그 이름도 생소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20여만 명의 젊은이들이 유엔군으로 참전하여 3만 8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70년, 우리는 지금 6월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전후세대가 80%를 넘어서며 그 처참했던 전쟁은 이제 현실이 아닌 먼 역사속의 일로 기억되는 듯하다. 아니, 역사 속 기억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휴전상태를 종전상태로, 평화의 시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남북 대치상황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보니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감돌 때면 오히려 외국인들이 더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반면, 우리들은 ‘또 저러다 말겠지...뭔 일이야 있겠어...’ 기대와 현실을 혼동하며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나라를 위해 피땀 흘린 참전용사들에대한 존경심마저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당신들이 죽은 우리와의 신의를 깬다면, 우리는 죽어서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은 유럽에서 현충의 날에 낭송한다는 시의 한 부분이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반드시 그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냉엄한 교훈이다.

역사 이래 자유와 평화를 거저 얻은 나라는 없었다. 평화를 지킬 힘과 능력이 없으면 평화를 맞볼 자격이 없으며,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민족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분단된 한반도, 더구나 주변 열강이 각축하는 이곳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늘 잊지 않고 다짐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호국안보 공동체정신으로 하나 되어 나라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적과 위기는 외부에 있지 않고 항상 내부에 있다”고 했다. 또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역사가 어네스트르낭은 ‘국가는 영혼으로 존재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70여 년 前의 비극을, 100여 년 前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하며, 아직도 전쟁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평화의 시대가 온 것처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보훈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호국보훈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호국영령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우리네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오늘날 호국영령들에 대한 숭배는 세계적 추세이며 국민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돼 있다.

국가와 안보, 전쟁과 영웅문제는 유럽 어디서나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 나라와 겨레를 지키다 희생된 이들의 동상은 크고 작은 도시의 광장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수많은 무명용사 기념비와 전쟁기념관이 그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에도 그 학교 출신으로 국가를 위해 전사한 참전용사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그들을 기억하는 6·25 기념비를 제대로 볼 수 없고 동상 하나 볼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선열들의 공훈을 되새기고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하며 후손에게 정신적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은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애국지사나 호국용사들의 위상이 바로 서지 않고는 국민의 가치관과 사회정의가 바로 설 수 없음은 너무 자명한 이치다. 이분들이 국권회복과 국가수호의 주인공으로서 응당히 평가받고 존경받을 때 국가안보가 튼튼해지고 우리의 미래도 밝아진다.

역사의 흔적이 거의 사려져 버린 6월, 그래도 호국보훈의 참뜻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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