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교육지원청 박혜숙 교육장

사업별·주체별 소위원회 운영 제안

거버넌스(governance)는 우리의 감각을 자동화하는 일상의 용어가 되었다. 구베르노(guberno)라는 라틴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구베르노(guberno)는 선박의 방향을 조정하는 키를 잡는다는 뜻이다.

항해를 통치로, 선장을 항해와 선원들을 통솔하는 통치자로 확장해 보면, 거버넌스는 선장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Peters와 Campbell(1988)이 처음 사용한 이후로, 여러 분야의 학자들에 의해 진화해온 개념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세계 대공황, 2차 세계대전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시장 중심의 질서가 붕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했던 국가 정책도 실패하면서 대안적인 접근으로 거버넌스가 등장한다.

협치(協治) 혹은 공치(公治)로 쓰기도 하나 아직 합의된 용어가 없어 음역해서 흔히 거버넌스로 쓴다. 거버넌스 개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도시재생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맥락으로 사용한다. 공공행정 혹은 국가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시장, 정부, 시민사회 등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중시한다.

거버넌스의 일반적인 의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공유·협의를 통해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양한 주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상향식(bottom-up)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관 주도 방식과 다르다. 이 같은 거버넌스 모델의 등장은 90년대 이후 시민사회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행정은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행정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민과 관, 중앙과 지역의 다양한 접속으로 거버넌스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관의 동반 성장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도의 사례에서 보듯 교육 거버넌스는 최근 혁신교육지구의 과제가 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거버넌스를 가동하는 맥락도 다르지 않다. 관(government) 주도 교육행정에서 벗어나 민·관·학이 협력적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것이다. 혁신교육지구 운영은 지자체, 교육지원청,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혁신교육지구를 충남에서는 행복교육지구로 명명한다. 당진행복교육지구로 옮기자면, 2019년 8월에 행복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올해부터는 시청과 교육지원청의 담당자들이 합동 근무를 시작했다. 말하자면 초보적인 관·관 협치로 가고 있는 셈이다. 행복교육지구 운영을 총괄하는 허브형 센터로 학교 지원과 지역 사업을 균형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요즈음 행복교육지원센터에서는 교육 거버넌스 구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당진시도 일반자치, 교육자치, 주민자치가 새로운 방식으로 접속할 필요가 있다. 종래의 관 주도 방식의 한계를 넘어 교육 거버넌스를 가동하자는 것이다. 행복교육지구 운영은 한두 차례의 운영위원회나 관 중심의 실무협의회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행복교육지구 사업 기획-실행-평가의 전 과정을 민·관·학이 함께하는 실무 단위의 교육 거버넌스 운영을 제안한다. 학습과 활동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가동하면 좋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실험으로 당진교육의 도약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지역사회의 역량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추가하자면 행복교육지구 운영위원회 산하에 사업별·주체별 소위원회(이하 분과로 명명)를 구성해서 운영하자는 것이다. 사업별 분과로는 돌봄, 마을학교, 민주시민교육, 진로교육, 홍보 분과 등을, 주체별 분과로는 학부모, 아동·청소년 분과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관계자들이 뜻을 모으고, 민과 접속하면 될 일이다.

돌봄 분과를 예로 들면, 시 3팀, 교육지원청 2팀이 개별적·분산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분과를 운영하면, 양 기관의 돌봄 사업 현황과 당진시 돌봄 현안을 공유할 수 있다. 나아가 당진시 돌봄체계를 종합적·체계적·계획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분과들도 과제를 발굴하고, 사업 추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읍면동 단위 교육 거버넌스도 필요하다. 이는 두 가지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다른 하나는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당찬마을학교를 중심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물론 주민자치회와 당찬마을학교가 협업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다. 이를 주관하는 단위에는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반복하자면, 당진교육의 도약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자치와 주민자치의 결합이 중요하다. 민·관·학의 주체들이 사업 기획-실행-평가의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포지션에 맞게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협업하는 과정은 당진교육의 도약과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거버넌스라는 용어에 마법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거버넌스를 실제로 가동할 때는 포지션이 다른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이견과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실무 단위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상향식 방식은 공유와 논의, 의견 조정 등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거버넌스는 비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무용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 주도의 관치나 이를 반복하는 관·관 협치에 익숙한 관행을 개선하려면, 생산성이나 효율성의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투자한 시간과 비용 대비 최대의 산출량을 얻으려는 태도와 접근 방식은 특정 주체를 배제하고, 거버넌스를 기능적인 도구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멀리 보고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

누구도 충분한 경험이 없다. 당진에 맞게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아 계속 논의해 가야 한다. 학습과 활동, 도전과 실험의 과정에서 공진화해 갈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때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살기 좋은 당진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유관기관과 민간단체를 비롯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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