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낙운 논설위원

생활주변의 오래된 빈집들이 폐가나 흉가로 변하여 경관을 망치고 범죄의 온상이자 병충해의 서식지로써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인구절벽시대를 맞이하여 시·군·구의 30%에 해당하는 80여개 시·군이 소멸한다는데 빈집들이 누적되어 재앙이 되는 것은 아닌지 자못 걱정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인구는 꾸준히 늘어왔음에도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

하나는 구도심이나 도시외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집의 문제다. 주거복지와 환경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에 풍찬노숙을 피하기 위하여 볼품없고 부실한 집을 장만했다. 그러나 소득이 향상되고 복지욕구가 증가하면서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도 없이 지어진 구 가옥들이 버려지는 경우다.
둘은 가족에 대한 인식변화와 산업화·도시화가 맞물려 빈집발생을 부축이고 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60년대까지 3대가 모여 살면서 가업을 대물림하고 결혼하면 분가하여 농어가주택이 늘 부족했었다. 그러나 70%를 넘나들던 농업인구가 4%로 급감한데다 가업승계도 안될뿐더러 귀농귀촌 또한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농가빈집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셋은 인구구조상 독거노인을 비롯한 노인세대의 주거공간이 대물림되지 않는 문제이다. 충남의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2017년도에 10만1,253명으로 집계되었다. 평균수명 85세를 기준하여 연간 사망자 수를 감안하면 매년 2~3천동의 빈집발생이 예상된다. 2018년 충남도 통계에 1만7,858동의 빈집이 있는 상태에서 연평균 1천여 동을 철거한다한들 누적 발생되는 빈집을 범접이나 하겠는가!

특히 구도심이나 농어촌에서 독거노인이 거주했던 빈집에 현대적인 주거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입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빈집들이 4~5년 묵으면 폐가가 되고 10여년이 경과하면 흉가가 되고 만다.

끝으로 정부와 국회의 빈집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이다. 똑같은 빈집이지만 법적으로 읍면지역 빈집은 농림부의 <농어촌 정비법> 대상이 되는 반면 대도시와 도농복합시의 동지역은 국토교통부의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적용대상이다. 이처럼 이원화된 법체계로 천안. 아산. 논산을 비롯한 충남의 7개 도농복합 시에서 읍·면지역 빈집과 동지역 빈집을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다. 따라서 농어촌 빈집만을 언급하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수준이다. 법체계만 일원화되었더라도 이런 모순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2018년 빈집통계에서 충남도는 동지역은 현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읍면지역의 1만7,858동을 언급하는데 신뢰할 수가 없다. 가장 많은 서천이 2790동이지만 9개 시·군은 1천여 동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고 천안, 서산, 홍성, 청양은 1천여 동 미만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이를 수긍하거나 인정할 수 있겠는가?
빈집을 정비하라고 정부와 광역시·도에서 시·군에 보조되는 예산은 없다. 다만 균형발전특별예산과 농촌생활환경정비개발계획이나 도심재개발사업에 포함되어있을 뿐이다. 따라서 240여개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있다. 연평균 1억여 원씩 집행한다면 10년이면 2400억 원이다. 그러나 인구 100만이 넘는 성남·수원·고양·창원 같은 광역시급 대도시들이 1억 원으로 감당이 되겠는가!인구절벽 시대가 본격 도래 하면 빈집철거에 매년 수천억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조 단위 예산소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제는 사유재산제에 입각해서 건축물이 있는 토지매매 시 빈집 철거비용을 징구할 수 있도록 법조문화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만이 예산 걱정 없이 일정 시점(5년 또는 10년)이 경과한 폐가와 흉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편 빈집을 임대하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들이 검토되고 있으나 탁상행정에 불과할 뿐이다. 보온·방음·채광 같은 현대적인 디자인 개념이나 설계도 없이 세워진 건물들은 리모델링 비용이 신축비용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경관을 개선함은 물론 주거복지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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