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낙운 논설위원

바다 건너온 역병의 위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경제가 마비되어 고통을 받으시는 분들께 마음으로부터 위로를 드린다. 밥이 하늘이라고 생계를 걱정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그러나 숫한 재난을 극복해온 한국인의 DNA 앞에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글을 시작하자.

어느 행사장에서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오는 도의원을 만났다. “행사가 중첩돼서 바쁘신 모양입니다.” “도대체 시에서 하는 행사를 알 길이 없어 허둥댑니다.” 과거 도의원을 하면서 못내 아쉬웠던 부분이 이런 거였다. 시와 읍면동 행사 일정은커녕 시정의 주요정책이나 현안을 모르기 때문에 따로국밥(?)처럼 나 홀로 동분서주했었다. 노력은 A 등급을 자부해도 성과는 B 등급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느 시는 읍면동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주간행사계획을 게시하는 의도는 공개된 것처럼 행사를 진행하오니 참가도 하시고 소통도 하라는 온라인상의 열린 공간이다. 오프라인에서도 시장이나 부시장이 현안이 있는 국·과장이나 읍면동장을 대동하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견을 조정하면서 공동 노력을 기울인다.

시민을 섬기고 시민의 행복을 꿈꾸는 시장·군수라면 시의원은 물론이거니와 도청이나 정부부처에 가기 전에 도의원이나 국회의원에게 예산요구서와 사업계획을 미리 설명은 하였는지 채근할 것이다. 이 얼마나 시민을 위해 노력하고 중지를 모으는 모습인가.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들의 현란한 말에 현혹되기 쉽다. “선거니까 싸우지. 선거가 끝나면 다 같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렇지만 기대에 부풀었던 대통령 취임사를 상기해보면 얼마나 위선이고 거짓이었던가! 국회의원, 도의원은 물론 시의원까지 선거가 끝나면 시정하고는 거리를 둔다. 시의원들마저 예산을 편성하고 결산을 하며 행정을 감사한다지만 거기까지다. 주요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참여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회기 중에 보고서를 놓고 마주앉아 묻고 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충남도와 도교육청 예산 11조원이 대수롭지 않은 면도 있겠지만 국비사업의 많은 부분이 도와 도교육청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10여%에 불과한 시·군으로서는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4년 동안 도의원으로서 예산이든 다른 안건이든 협조 받은 것은 두세 건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무심하고 단절될 수밖에 없는지 아쉬움이 컸다. 오히려 시민의 요구만 빗발쳤다고 고해성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주목받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대전시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으로 혁신도시 지정과 2030년까지 3조2천억에 달하는 도심관통 철도 지하화사업 등 27개 사업에 총 18조원에 이르는 총선공약을 공개 제안하였다. 여야 교섭단체를 방문하여 촉구함은 물론 총선후보들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란다. 과거에는 중앙당의 요구에 응하는 수준에 그쳤는데 진일보한 것이다. 4차 산업을 선도하는 대덕특구 재창조사업을 비롯하여 2030 아세안게임 유치 등 의료복지‧문화‧체육‧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21대 국회 회기 내 본격화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질세라 지역구가 한 명뿐인 세종시도 관습법에 묶여있는 미완의 행정수도를 헌법 개정에 반영하여 완성하는 것으로부터 5개 분야 24개 과제를 정당과 후보들의 총선공약으로 제안하였다. 국회의사당 건립, 대통령 집무실 설치,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등 지속사업으로부터 후보들에게 맞춤공약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남도와 15개 시군은 무엇을 해왔는가? 수도권보다 심각한 충남의 지역 불균형과 편중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3~4개 시군을 묶지 않으면 선거구조차 구성이 안 될 정도로 소멸 위기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쳐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총선에 임하는 시장·군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저런 사업도 총선공약이냐고 비위장만 놓기에는 11개 시·군의 형편이 너무 어렵고 위태롭지 않은가!

천안·아산·서산·당진시의 경우도 지방의원 수준의 마을공약을 내걸 수야 없지 않은가? 단체장의 선거중립은 총선에 팔짱 끼고 방관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한 숙원사업들을 정리해서 총선공약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물론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은 당선될 의원들의 몫이고 역량이다. 우리가 지역일꾼을 제대로 뽑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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