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구선거관리위원회 배필수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도시에서의 여름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때가 때인지라 산이나 바다, 계곡, 물놀이장에는 더위를 식히려는 피서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야외활동이 어려운 분들은 집에서 조용히 쉬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한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수면아래 뜨겁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국회의원 등 소위 ‘정치인’이 그들이다. 총선을 250일이나 앞 둔 상황에서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선관위 직원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치인은 지역구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SNS 활동이나 당원배가 운동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등 지역정가가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정치인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여 인지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물을 것이다. 물론 정치인이 그 지위에 걸맞는 행사에서 선거와 관련 없이 의례적인 축사나 격려사를 하는 등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무방하다. 문제는 그 범위를 넘어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 대해 기부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면 “요즘 세상에 누가 선거와 관련하여 기부를 하거나 받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다 옛 날 이야기 아닌가?”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와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조치한 10건 중 5건이 기부행위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현주소다. 이에 대해 선관위 직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그동안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각종 계기를 통해 선거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는 경우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됨을 안내하여 왔지만, 아직 일부 유권자에게는 이러한 규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현대 대의민주정치에서 선거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은유적 표현의 강조다.

선거야말로 정당, 후보자, 유권자, 선거관리위원회, 시민단체, 국가, 지방정부,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국가 대사이자 민주주의의 축제이다. 정치인의 의식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권자의 역할과 책임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할 것이다.

깨끗한 정치, 성숙한 시민이 앞당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