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만 논설위원

청와대의 조국 민정수석은 ‘죽창가’등의 용어를 동원하며 연일 독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싸움의 장수 격인 청와대가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단호한 메시지는 거듭 나오는 법이 없다. 너무 자주 목소리를 내면 그건 자신감이 아니라 다급한 모습만 비쳐주는 메시지가 된다. 조 수석은 9일간 38건의 메시지를 올렸다.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메시지를 남발하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나라 기술 중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찾아서 이에 대한 중단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민들 말초 신경만 자극하여 친일파니 우파니 좌파니 떠드는 것이야 말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의 분열상은 전시 상황에서도 멈출 줄을 모른다. 여당이 ‘이적’과 ‘신친일’로 공격하면 야당은 ‘친일 프레임’이라며 반발하면서 갈등만 더 키우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일본과의 전쟁 앞에서도 ‘내전’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선 먼저 양보하는 쪽이 애국자라는 걸 국민들이 알고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일본 뿐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을 추격해오는 중국은 연구·개발(R&D)비로 3364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우리나라는 689억 달러뿐이다. 우리나라와 기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을 확대하면서 양국 산업 간 기술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R&D 조세지원은 축소·폐지되면서 매년 기업 부담만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국가 전체의 R&D는 2010년 2130억 달러에서 2013년에는 3364억 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이 기간 우리나라는 521억 달러에서 689억 달러 증가에 머물렀다. 3년 사이 양국 간 R&D 투자액 격차가 4배에서 5배로 커진 것이다. 중국이 R&D 투자를 10년 사이 연평균 16% 이상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흐름에서 기인한 것이다.
전경련은 “이로 인해 이동통신, 정보기술(IT)융합기술 등은 기술격차가 1년밖에 되지 않고 디스플레이 산업 생산능력은 3년 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기업 R&D에 대한 직접지원 규모는 2012년과 2013년에 2조6100억 원으로 진척이 없었다. 조세지원을 통한 간접지원은 올해 3조5000억 원이 예상되나 실질적으로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아베,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반도체 산업 등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이것을 아베의 보복을 탓하기 전에 정부차원에서 미리 연구·개발(R&D)투자를 하였다면 충격은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이 터졌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유아적인 사고이다. 정치가는 국민들이 반대해도 미래를 보고 정책을 세워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공과가 있다고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 대부분 공감하지 못할 때 과감하게 경부고속도로를 개설한 것처럼 오늘날 정치지도자도 국민감정에 비위만 맞추지 말고 과감하게 연구·개발(R&D)투자를 하여 일본 기술을 따라잡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