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만 논설위원

인간은 누구나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남 탓’을 한다. 나도 골프를 칠 때 오비(OB)가 나면 골프채 탓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이 잘못 했을 때 남의 탓을 하는 이유는 첫째, 어떻게든 원인을 만들어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둘째, 책임을 남에게 돌려 자기 잘못을 덮고자 한다. 셋째, 직접 나서진 않고 상대방을 컨트롤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마지막으로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분출하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남의 탓도 한 두 번이지 계속하면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고 비웃는다. 요즘 집권여당을 보면 그런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 정책 실패는 직업 관료의 복지부동을 탓하고, 경제가 바닥인 것은 외부환경을 탓하고, 정치가 안 풀리는 것은 제1야당 탓을 하고 있다.
동물국회·막말국회가 된 정치는 촛불 민심을 거역한 자유한국당 탓, 역대 최악의 경제 성적표는 국제 환경 및 전임 보수 정부의 정책 탓, 이제 집권 2년이 됐는데 내세울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당·청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공무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집권 초엔 전 정권 탓을 해도 이해가 됐지만 2년이 넘었는데도 반복하면 국민은 짜증이 난다.전임 정부가 잘못하였기 때문에 현 정부에 표를 주어 정권을 교체래 주었는데, 전임 정부 탓만 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가,
지난 1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방송사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나눈 대화를 보면 현 정권 핵심부의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김 정책실장은 “2주년이 아니라 마치 4주년 같다”며 ‘레임덕’을 자인하고, 이 원내대표는 공무원들의 군기를 잡겠다고 한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정권에서 이런 일이 두드러지는 데는 잘못된 정책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나 최근 버스 파업 사태를 보면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실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원인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정권은 5년이지만 공직자들은 수십 년 근무하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식이면 정부의 경쟁력은 바닥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부여당부터 ‘내 탓’을 시인하며 책임을 자청해야 공직자들도 충성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대변인은 12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고용부진의 이유를 전임 정부에 돌린 것과 관련 "경제 엉망은 전 정부 탓, 규제 개혁 부진은 야당 탓, 아들 특혜 취업 비판은 적폐라고 몰아붙이니 이것이 집권 2년차 여당의 현주소"라고 밝혔다.
천주교에서 ‘내 탓이요’ 운동을 한 적이 있다. 이제 정부 여당은 남의 탓, 탓, 탓, 남의 탓만 하지 말고, 모든 일은 집권 여당의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정책은 과감하게 개선하고 이념에 매몰되지 말고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집권여당의 정책이 성공해야 국민행복지수도 높아지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대한다. 이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면 남의 탓에서 내 탓으로 인정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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