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자 대덕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입원료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가? 대개 비싸다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입원료, 작년 하반기부터는 많이 내렸다. 작년 7월 이전 종합병원 3인실에 입원한 환자는 하루 약 13만원을 입원비로 지불해야 했지만, 이제는 3만 원 정도를 내면 된다. 이것은 병원이 환자를 위해 베푼 선의의 결단인가? 그건 아니다. 누군가 손해를 보는 제도가 지속가능할 리가 없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어 상급병실 입원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등으로 급증하는 국민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뜻한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선택진료비가 폐지되고 상급병실 입원료와 상•하복부 초음파, 뇌•뇌혈관 및 두경부 MRI 등이 순차적으로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었다. 비용의 상당부분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출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나둘 건강보험에 포함되는 의료서비스를 늘려서 10여 년간 60%대를 넘지 못하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80% 수준까지 높이고, 최종적으로는 비급여를 최소화하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목표다.

이쯤에서 짚어볼 두 가지는 첫째, 국민에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보장성을 높인다는 것은 그동안 비급여로 이용하던 의료서비스를 급여화 하여 가입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뜻이다.

나아가 그동안 고가의 비급여 지출을 보전하기 위해 가입한 각종 민간보험도 필요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그만큼 의료비를 덜 지출해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80% 수준으로 확대되면 가구당 월평균 30만 원 정도 부담하는 민간의료보험에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니 가계의 안정성과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보인다.

둘째,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 만큼 증가하는 재정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약 30조 6천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계획은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지난 10여 년 간의 평균치인 3.2% 수준으로 억제하면서 누적된 건보재정에서 약 11조 원을 사용하고 종래 지급되던 국고지원금을 연 5천억 원 이상을 더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케어를 추진함에 따라 건보재정 지출규모가 증가하거나 개인의 건강보험료가 어느 정도 인상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국민의 실질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점을 놓쳐선 곤란하다. 특히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말년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문제다. 정부가 당초 국민건강보험법으로 정했던 만큼만 국고지원을 높인다면,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조금만 더 부담하면, 돈이 없어 질병에 시달리는 이웃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노후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사회보험으로서 국민건강보험이 수행해야 할 공공선의 역할이며,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통해 지향해야 할 인간미가 넘치는 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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