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만 논설위원

얼마 전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공무원 복지부동’ 발언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간의 마찰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여당의 왜곡된 상황 인식이 자칫 ‘셀프 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다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탓 하기 앞서 일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선자치단체장도 직업공무원을 리더십으로 장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장미 빛 정책을 수립해도 실행하기가 어렵다.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바람만 피해보자고 납작 엎드리고, 너무 자율권을 보장해주면 새로운 시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년이 보장된 직업 관료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려면 강약을 조절하면서 기술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조선시대에도 공무원은 복지부동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이 일 안한다는 불만은 조선시대 경국대전에도 나오는 얘기”라며 “공무원 복지부동을 탓하기보다는 관료조직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지도·감독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관료 조직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과 제도로 움직인다.”이라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발생한 문제까지 행정 책임으로만 돌리는 걸 보니 기운이 빠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지방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은 얼마나 제대로 된 미션이 주어지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며 “우리도 제대로 된 미션만 주어진다면 미래지향적인 개혁, 디테일한 정책을 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익한 관료 조직 비판 대신 이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선자치단체장은 4년 임기동안 실적을 내야 재선의 고지를 넘길 수 있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나 새로운 정책에 민감하다. 그런데,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 직업 관료들 입장은 그렇지 않다. 바쁜 것이 없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본능이다.
이런 직업 관료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어떻게 잘 리드 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있다. 엊그제 모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는데, 군수는 적극 추진 할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직원들은 이리저리 핑계대면서 핑퐁을 치는 바람에 좋은 아이디어를 다른 시군에 제보했다.
민선자치단체장은 자기 자신의 의욕만 앞세운다고 일이 되는 것은 없다. 직업 관료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리드해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모든 결과의 책임은 민선자치단체장으로 귀결되고 다음선거에서 주인인 주민으로부터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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