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순희 충남동부보훈지청장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정부는 매년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여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의 숭고한 정신을 귀감으로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한다. 우리지청에서도「추모․감사․통합」을 테마로 호국보훈의 달 행사를 한다. 6월 6일 관내 4개시가 주관하는 현충일 추모행사를 시작으로 순직소방인 위패 봉안식(6월 6일), 백마고지 영웅 오규봉하사 추모식(6월 7일), 천안 7.8전투 전몰미군용사 추모식(7월 8일), 세종 개미고개 미군전몰자 추모제(7월 11일) 등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거행한다.

또한, 공주고등학교 교정에 공주고 출신 6․25참전유공자 명비를 세우고, 6․25당시 전공을 크게 세운 분들께 대통령 명의 위문품을 전수하며, 중상이자와 고령 유족 등에게 국가보훈처장 명의 위문품을 전수하고 모범 보훈가족에게는 포상을 실시한다. 특히, 6월 15일에는 보훈가족과 학생, 시민이 참여하는「따뜻한 보훈 페스티벌」을 독립기념관에서 개최한다. 인근 군부대의 특공무술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풍물단, 향토가수, 시립교향악단 공연 등 지역주민의 국가유공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위안 행사 가 거행된다. 이렇게 해마다 6월이 되면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하는 행사를 거행하며 국민으로 하여금 보훈의 의미를 새겨보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호국보훈의 달을 보훈공무원으로서 38번째 맞이한다. 그간의 호국보훈의 달을 회고해보면 보훈가족의 애환을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하는 기회가 되었던것 같다. 모범보훈가족 포상을 위한 공적조사를 할 때는 더욱 그랬다. 6․25전쟁미망인의 경우 나이어린 자녀들과 함께 먹고 살기 위해 삶의 현장을 헤쳐나온 여정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고통이어서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북받치는 울음을 터트리곤 했던 분들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아있는 어느 분의 일화를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1994년 5월 말경이었던 것 같다. 한국일보사에서 주최하는 한국보훈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그 전쟁미망인의 생활을 호국보훈의 달 특집으로 조명하기 위해 모 언론사에서 취재차 왔었다. 담당실무자였던 필자는 언론 관계자들을 안내하기 위해 그 댁으로 갔다. 그 댁에는 그분과 함께하는 미망인회 소속 회원들께서 많이 나와 계셨다. 그 분은 남편이 6․25전쟁 중에 전사하셨고 슬하에 아드님 한 분이 계셨는데 훌륭하게 키우신 아드님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고 고향집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계셨다. 언론사에서 인터뷰 중 전사자인 남편의 유품이 있으면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분은 오래된 궤짝을 열고 남편의 군복을 꺼내 보여주셨다. 6․25전쟁이 끝나고 50여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인데도 전사하신 남편의 군복은 금방이라도 외출하기 위해 입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어서 그 댁에 오신 미망인 어르신들과 함께 인근 군부대를 방문했다. 당시 70이 넘은 미망인들께서는 20살 안팎의 장병들을 보더니 남편을 보는 것 같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셨다. 그 분들 대부분은 남편에 대한 기억이 나이어린 군인의 모습에 멈춰선 것이었다.

이러한 6․25전쟁 미망인어르신들에 대한 인상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이분들이 겪는 고초는 우리들이 누리는 자유와 평화와 맞바꾼 것이었다. 그 소중한 가치는 필자의 공직자로서의 삶에 소리없는 경책이 되어 주었다. 이제 내년이면 6.25전쟁 70주년이 된다. 꽃다운 나이에 홀로되어 90을 훌쩍 넘긴 미망인들께서 무거운 삶의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시길 기원해보며 이분들에 대한 따뜻한 국민적 관심과 배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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