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대전은 공식적으로 쪽방 주민의 규모를 쪽방상담소에 등록되어있는 수로 한다. 대략 452명이지만 쪽방상담소에서는 쪽방 주민으로 등록된 사람 이외에 임대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 106명, 주거로서 적절치 않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고시원, 원룸, 여관 등 주거 취약 105명으로 전체가 663명이다. 이 숫자는 쪽방상담소에 등록을 하겠다고 오신 분들을 조사한 것이기에 이것이 대전의 전체 쪽방 주민이거나 주거 취약계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2017년 벧엘 일꾼들이 9-10월, 2개월간 지역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미흡한 점이 많아 지난해 1년 동안 우송대학교 자원봉사교과목인 ‘어울더울 봉사단’과 함께 주거 취약계층 밀집 지역인 정동, 중동, 은행동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실태조사 내용으로는 건물 및 가구현황, 부대시설 현황(화장실, 세면장, 샤워장, 주방, 난방 현황 등), 소유현황, 임대료 규모 등을 조사했고, 방법으로는 직접 찾아가서 설문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중 건물 및 가구현황을 보면 쪽방이 있을 것 같은 건물은 동구가 456곳, 중구가 146곳으로 총 602곳을 조사하였는데 그중에 쪽방으로 볼 수 있는 곳이 402 건물, 주거 취약으로 볼 수 있는 곳이 156 건물, 해당 사항 없는 곳이 13 건물이었다. 조사한 건물 중 쪽방으로 볼 수 있는 가구가 1,611개, 주거 취약으로 볼 수 있는 가구가 273개로 총 1,884가구였다.

임대현황을 보면 쪽방의 경우 1,611가구 중 무보증금 월세가 1,470가구, 보증금 월세가 77가구, 전세가 4가구, 무료 및 무허가 가구가 13가구, 파악하지 못한 가구는 47가구였다. 이 중 임대료는 5~10만원이 118가구, 11~15만원 637가구, 16~20만원 508가구, 21~25만원 188가구, 26~30만원 74가구, 30만원 이상 15가구였다. 방의 크기는 1~3평 1,213가구, 4~6평 364가구, 7~10평 2가구였다. (자세한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 벧엘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기로 하자.)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쪽방 밀집 지역은 오래된 건물과 옛날 숙박업소를 월세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주거 환경은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고, 난방도 공동이거나 전기장판에 의존해야 하는 가구가 많았으며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여 환경이 열악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불편한대로 지내야 하는 분들이었다.

결국 쪽방 주민들이 주거 환경이 좋은 곳에서의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으며 만약 재개발이 시작된다면 다시 무보증 싼 월세를 찾아 노후건물이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을 찾아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최근 정동, 중동, 은행동 지역이 재개발 및 도시재생 예정지이기에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간신히 몸 붙여 사는 이들은 또다시 무보증 싼 월세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일보에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라는 기획기사가 3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서울 쪽방촌 318채의 등기를 전수조사하여 건물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파악한 것이다. 기사를 보면 “2018년 기준 서울시 소재 전체 쪽방 현황 자료를 토대로 쪽방 건물 등기부 등본을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전수 조사해 도시 빈민 최후의 쉼터 ‘쪽방’의 실소유주들을 추적했다. 주거 난민에 가까운 쪽방 주민에게 비인간적인 공간을 제공하면서 이를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심지어 월세를 착복하는 등 사실상 착취에 가까운 임대업을 해온 이들. 최저 빈민의 고혈(膏血)을 짜내 부의 첨탑을 쌓아온 쪽방촌 ‘빈곤 비즈니스’의 장본인들의 면면은 실로 다채로웠다. 쪽방 건물주 중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거단지에 거주하는 인물이 적지 않았으며, 강남 건물주의 가족들, 중소기업 대표 등 재력가가 다수 포착됐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벼룩의 간을 빼 먹는 사회다. 대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전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쪽방 밀집 지역이 재개발 예정지이기에 건물주들은 대부분 투자를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 사회가 이래도 되는 걸까? 벼룩의 간을 빼 먹는 것도 유분수지 어디 할 짓이 없어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면서 ‘빈곤 비즈니스’를 한단 말인가? 최소한 함께 사는 사회, 같이 사는 사회가 되려면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나서서 아무리 사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임대주택 등을 대폭 확대하여 주거 난민에 가까운 쪽방 주민들이 맘 놓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벼룩의 간을 빼앗는 잘못된 사회를 이제는 국가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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