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복 정치행정부장

6·13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전시장 선거전 대진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일찌감치 박성효 전 시장을 전략공천하며 선거전에 뛰어들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3명의 예비후보가 치열한 경선을 통해 지난 17일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이 결선에 오른 박영순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제치고 대전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박 전 행정관이 예상 밖에 선전을 했지만 허 전 청장의 대세론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허 전 청장이 지난 1월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해도 시민들이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대전에서 단지 유성구청장을 두 번했고, 그다지 대전 정계에서는 큰 인물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차기 시장을 노리기 위한 인지도 높이기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유성지역 국회의원인 이상민 의원이 대전시 후보가 될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특히 허 전 청장의 경우 유성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전의 원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구,중구,대덕구에서는 거의 가려져 있는 인물이어서 대전시장 후보로 부적격할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허 전 청장이 그래서 택한 것이 대전시장 출마선언 이후 처음 선거운동을 택한 곳이 동구,대덕구,중구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그의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통했을까?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서 계속 1위를 달리며 대전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허 전 청장은 지난 20일 여의도 국회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자 인사자리에서 “여러분은 지금 ‘허태정이 누구야’라며 관심을 보이고 계신다”며 “대전시장이 돼 지방자치 참 모델을 실현해 나가겠다. 충청권에서 민주당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유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예비후보 역시 이번이 대전시정에 봉사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염홍철·권선택 전 시장에게 패배해 쓰라린 아픔을 경험한 박 예비후보로서는 이번엔 반드시 대전시장 자리에 다시 오르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박 예비후보는 지난 17일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한마음 필승 전진대회에서 무릎을 꿇고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박 예비후보는 이날 전진대회에서 “4년 전 대전시민 여러분은 저에게 기회를 줬지만 저는 큰 실망을 드렸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어 “지난 4년 간 더불어민주당에게 빼앗긴 대전시정은 어땠나? (권선택)전 시장은 법을 어겨서 3년 동안 재판을 받아 시정이 표류했다”며 “또 (안희정)전 충남지사는 참기 어려운 망신을 당하고 사퇴했다. 같은 당 (박범계)국회의원이 술집에서 갑질 논란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언급한 박 후보는 “이제 앉아서 좌시할 수가 없다. 나라를 구하고 충청도, 대전을 구하는 결연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들도 이제 세상 물정을 알게 됐다. ‘이게 나라인가?”라며 질문을 다시하면서 대한민국과 대전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사실상 이번 대전시장 선거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와 지역 민심을 봐도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가 1대1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지방선거 기획특집 ‘주요 격전지 여론조사’로 대전광역시 거주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821명을 대상으로 2월 25~26일 양일간 대전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발급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79.2%)와 유선전화(RDD/20.8%)를 이용해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대전시장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수준이며, 응답률은 13.7%(유선전화면접 7.0%, 무선전화면접 18.3%)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과 자유한국당 후보로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출마했을 경우,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전 구청장이 43.4%로 16.6%p의 큰 격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지지도가 함께 정당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허 전 청장이 다소 유리하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불거지는 더불어민주당 내 잡음이 향후 지방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퇴파동에 이어 최근 문재인대통령 최측근이자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김경수 의원까지 ‘드루킹(일명 댓글조작사건)’ 논란에 휩싸이면서 충청지역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댓글사건을 ‘드루킹 게이트’로 규정하고, 지난 20일 오후 드루킹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현 정치 국면을 꾀하려는 동시에 얼마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적극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현 정권에 대한 견제론이 우세할 경우 앞으로의 선거는 사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 속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하루 전날까지도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누가 믿었는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라는 전대미문의 큰 대형참사가 발생하면서 당시 박근혜 정권과 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론이 대세를 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특히 대전의 민심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허 전구청장과 박 전시장간의 양자대결이 형성되면서 대전지역 관가에서도 이들에 대한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나돈다. 대전시 A공직자는 “허 전 구청장의 경우 유성구청장을 두 번 역임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좋은 게 사실”이라며 “또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중앙정치 경험도 있고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패기도 느껴진다”며 호감을 보였다.

또 다른 시청 B공직자는 “박성효 전 시장은 광역행정을 이끈 경험과 국회의원을 지낸 중앙과 지방 행정의 풍부한 경륜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청과 5개 구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 두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대전 민심은 표면상으로는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견고한 지지율로 허 전 청장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예측하지만, 이것은 예측일 뿐이다. 예전 지방선거가 그랬듯이 대전은 전국에서도 유일하게 집권 여당 소속의 후보들이 모두 고배를 마신 곳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정치 지형과 프레임이 다소 다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분명한 것은 대전시민들은 분명 야당 소속의 후보를 밀어주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번 선거도 문재인 정부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야당 출신의 후보가 당선돼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전시민이 대전시정을 맡길 인물로 과연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것에 달려있다. 두 후보에 대한 인물론도 중요하다. 이에 앞서 두 후보에 대한 정책 공약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지난 3년동안 대전시는 전임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공백으로 사실 대전시정이 개점휴업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전시정이 멈춤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전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제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전시정의 공백이 크기만 한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대전시장 후보로 선출된 허태정 전 구청장과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게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후보로 선출됐다는 잠시의 기쁨을 접어두고 이제부터 본선 경쟁에 대비해 두 후보간 서로 정쟁(政爭)보다는 참신한 공약을 통해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또 누가 대전시장에 당선되든 앞으로 이끌고 갈 대전시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감안해 남은 시간동안 더욱 철저하고 준비된 시장으로서의 역량을 갖춰 나가길 진심으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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