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복 정치행정부장

“올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거의 싹쓸이 하지 않겠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올해도 계속될 게 뻔하지 않나요. 아무리 인물 보고 찍어야 한다고 해도 TV에서 국정농단세력들 얼굴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서 참...”

“그래도 지방선거만큼은 인물과 정책보고 뽑아야 되지 않겠어요.”

“그건 그런데... 그래도 저는 절대로 자유한국당은 뽑지 않을 거예요. 지난 9년간 나라를 잘 이끌라고 여당시켜줬는데 나라를 망쳐놓고 무슨 염치로 뽑아달라고 하는지...”

며칠 전 신년모임이 있어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60대 운전사와 필자가 나눈 얘기다.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무술년 새해 벽두부터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충청권 지방선거가 그만큼 역대 어느 선거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선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올 지방선거는 진보세력이 9년만에 정권을 재창출한 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인만큼 세간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충청권은 지역정당이 사라지고, 역대 선거에서 진보,보수정당 어느 한 곳이 크게 압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 말 정치권위반 혐의로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승훈 청주시장이 낙마함으로써 현직 프리미엄이 없어진 것도 향후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충청 표심은 대체적으로 집권여당을 심판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충청 민심은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을 매섭게 심판 했다. 지방선거가 있기 몇 달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집권여당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때문에 당시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싹슬이 한 결과로 나타났다. 교육감 선거 역시 대전을 제외하곤 충남·북,세종이 모두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대전의 경우 시장선거는 집권 여당에게는 무덤으로 불리우는 선거였다. 지난 1995년 민선자치시대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여당 시장이 탄생하지 못했다. 김영삼(민자당)·김대중(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이 집권하던 민선 1~2기에 자민련 홍선기, 3기에 한나라당 염홍철, 노무현(열린우리당) 대통령 시절인 4기에 한나라당 박성효, 이명박(한나라당) 대통령이 재임하던 5기에 자유선진당 염홍철, 박근혜(새누리당) 대통령이 집권하던 6기에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대전시장이 되려면 제1야당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도 권선택 후보가 박성효 후보를 이기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중앙·지역 언론 모두 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대전시장에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지방선 거 상황은 여느때와 다르다. 올 지방선거는 탄핵정국에 따른 집권 여당의 우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전,세종,충남·북 광역단체장 후보로 점쳐지는 후보들의 여론조사를 봐도 여당 후보들의 강세가 뚜렷하다.

그래서 벌써부터 지역 여당의원들의 출마설이 잇따르고 있고,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대전에서는 박범계 의원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이상민 의원,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출마설도 거론된다. 세종에서는 이춘희 시장의 강세가 예상되고, 충남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선 불출마 선언을 한 가운데 최근 양승조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 했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복기왕 아산시장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충북도지사 자리를 둘러싼 기 싸움도 팽팽하다. 3선을 노리는 이시종 지사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벌써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충청권에서의 정당 지지도 역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2~3일 전국 성인 1천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대전·충청·세종의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38%로 가장 높았고,자유한국당 21.2%, 바른정당12%,국민의당 6.3%,정의당 2.0% 순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결과를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향후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이슈가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너무 자만하면 안된다. 머리를 숙여야 한다.”며 당원들에게 입조심하고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주의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충청권의 민심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역대 여야가 늘 그랬듯이 선거때만 반짝 충청권에 구애를 하고, 선거가 지나면 푸대접을 해왔기에 이번 선거에서는 당보다는 인물위주의 표심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각에서는 충청지역 광역단체장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을 밀어줬는데 충청도가 지난 4년간 더 나아진 것이 뭐냐는 푸념 어린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특히 대전과 청주시민들은 임기내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니는 시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껴야 했다.

현재 충청권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공천받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당장 여당의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자신의 정치철학과 이념은 뒤로 한 채 특정정당 편에서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여당도 현재의 지지도에 도취해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고, 묻지마공천을 해서는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언제까지나 탄핵 정국의 책임론을 두고 티격태격할 것이 아니라 진정 이 나라의 보수정당으로서 또 제1야당으로서 지방선거에 능력있고 참신한 인재 발굴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실 충청권에서 6·13지방선거는 제로섬 게임이다. 현재 누가 앞서고 뒤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지역정당도 없다. 그렇다고 여야 어느 정당이 절반이상의 지지도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역대 선거에서 충청 표심은 항상 그랬다. “충청도 사람들 마음은 아무도 몰라유. 선거 당일 날 가봐야쥬.”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