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박 8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했다. 취임 이후 다섯 번째인 이번 순방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성과를 얻어냈다고 평가할만한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을 풀어낸데다 러시아와의 극동개발에 한발 다가섰다. 무엇보다 아세안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신남방정책을 제안,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사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미 한ㆍ중 양국은 지난 10월말 사드 갈등의 실마리는 풀었고 이후 예정된 해빙의 수순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0·31 합의’는 사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봉인’의 수준이었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에야 모든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올리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불과 이틀만인 13일 문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 실질적인 현안들을 거론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또 세계 경제회복의 엔진이자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아세안을 상대로 ‘전면적 협력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이른바 ‘신(新) 남방정책’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각국 정상으로부터 커다란 공감과 지지를 얻어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극동 개발을 포함해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극동지역과 유라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신 북방정책과 연결되어 한반도 경제지도에 새로운 ‘J커브번영축’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문대통령의 이번 순방중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국내 기업의 활로 개척을 돕는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였다. 문 대통령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동한 자리에서 국내기업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드 경제보복’ 조치의 철회를 요청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에겐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라는 특정 대기업을 거명하며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달라고 얘기할 정도였다. 남은 것은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성과를 넘어선 실질적 과실이다.

특히 아세안은 인구 6억3400만명에 역내 총생산 세계 6, 7위의 거대 시장이다. 연평균 5% 성장에 따른 인프라 수요, 젊은 인구가 만들어 내는 경제 역동성은 10여년 전 중국 이상이다. 구상 못지않은 치밀한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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