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17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주담대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들의 수익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임에도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는 이유를 시중 금리를 반영한 것이라 설명한다. 미국 연준(Fed)이 연말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시장 금리에 선 반영돼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1.25%로 지난해 6월 0.25%p 내린 이후 16개월째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중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1년 만기 통안증권 금리는 최근 계속 상승해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가 최대 33bp까지 확대됐다. 스프레드가 30bp를 넘어선 것은 약 1년 만이다. 시중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초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1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은 금리가 0.1%p만 상승해도 산술적으로 1조 40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문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주담대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가계대출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 가계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돼 경제 회복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고통을 받는 반면,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지주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4.8% 증가해 6조 1933억 원을 기록했다. 4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예대금리차가 일등공신이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26%p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의 2.19% 보다도 높은 것으로, 결국 은행들이 한은의 초저 기준금리를 이용해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이자장사를 했다는 방증이다.

은행들은 또 변동금리 대출을 유도해 수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67.2%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작년 7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42.2%였던 것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금리 상승 전환기에 고정금리를 높게 책정하고 변동금리 대출로 유도해 금리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도 금리 장사를 했다. 국회 박찬대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내 은행 일반신용대출 금리현황'에 따르면, 은행들이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책정하는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중앙은행의 초저 기준금리 상황에서도 서민들은 금리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가산금리가 개인의 금융상품 이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은 소수 공급자인 은행들과 수많은 개인 및 기업이 수요자인 공급자 과점 시장이다. 그러나 아무리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시장이라도, 지나친 예대금리차와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가산금리 책정 방식 등은 속히 개선해야 할 적폐다. 우리 은행들이 산업의 혈류 역할을 못하고 손쉬운 가계대출에 안주해온 까닭에 세계금융산업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방조한 금융감독 당국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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