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18일 오전 발표한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중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와 함께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이로써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고비를 넘겼다. 지난 13일 58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합의에 이어 한국 금융시장은 두개의 큰 산을 넘은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두 사안 모두 정치가 문제였을 뿐 경제 논리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위안화의 안정과 국제화를 바라는 중국입장에서도 절대 필요한 일이었다. 미국의 이번 환율보고서 역시 내용면에서는 환율조작국이 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개입 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기준치를 초과했을 때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한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7%, 대미 무역흑자는 220억달러 정도로 기준치를 웃돌지만 환율개입면에선 전혀 문제가 없다. 지난해 4월 보고서때만 해도 우리의 시장개입이 260억 달러나 된다고 윽박지르던 미국이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매수개입 규모를 49억달러로 추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3%에 불과하다. 기준치인 2%에 훨씬 못 미친다. 미 재무부도 보고서에서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완만하게 절상되는 상황에서도 당국이 순매수개입 규모를 줄였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는 당분간 해소됐다. 하지만 일시적이다. 환율은 정치요 전쟁이다. 언제 발발할지 알 수 없다. 미국은 무역 적자 때문에 약달러 정책을 쓰면서도 동시에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강달러 추세도 필요하다. 언제나 자신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싶어한다. 그만큼 환율의 변동성은 커진다.

미 재무부는 여전히 우리 나라가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건 수출에 환율을 이용한다는 의심이다. 보고서마다 끊임없이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 제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USTR)는 FTA 재협상시 환율조작 금지를 규정하고 제재하는 내용까지 담고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는 만만치않은 압박이 될 수 있다.

‘룰(rule)’보다는 ‘딜(deal)’을 좋아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찰(Monitoring)이란 ‘감시’라는 의미와 다름없다. 고비는 넘겼어도 대비는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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