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시장의 적신호가 길어지고 있다. 전년 동월비 8월 취업자 증가 폭이 4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등의 집계 결과를 보자. 전체 공공기관 인턴 규모는 지난해 1만5318명에서 올해는 6월 말 기준으로 8535명으로 저조했다. 특히 지난해 6042명이던 채용형 인턴은 올해는 3374명으로 급감 추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공공부문에서 헛바퀴를 돌리고 있는 꼴이다.

지난 8월 청년 실업률은 9.4%에 이르렀다. 외환위기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안 좋은 지표다. 물론 일자리 감소를 꼭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사무 자동화나 로보틱스 등 기술 진보로 인해 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펼쳐질 징후가 포착된 지는 오래다. 4차 산업혁명기엔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로봇 도입으로 인한 실직 속도를 늦추고 실직자의 재교육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금을 걷자는 취지의 로봇세 얘기까지 나오겠나.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로존 국가들의 최근 유례없는 고용 호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나라는 대체로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개혁해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담아낼 그릇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 나름대로 애쓰고는 있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헛수고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애초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려 고용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발상의 장기적 실효성은 의문시됐다. 더군다나 '비정규직 제로'라는 선의의 목표가 공공기관의 인턴 채용을 가로막는 역설을 빚고 있으니 더 큰 문제다.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을 보장하려는 좋은 취지로 만든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도 강사 자리 자체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당사자들의 반발을 부르지 않았나. 선의로 포장된 '착한 규제'는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늘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시장 메커니즘을 송두리째 무시하면서까지 밀어붙일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노동시장, 특히 정부가 손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공공부문을 규제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그나마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유념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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