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의 요체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의 지방 이양과 실질적 지방자치 강화다. 당연히 당사자인 지방민과 자치단체가 개헌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게 맞다. 지방분권 개헌안의 밑그림만이라도 지방이 그려야 한다는 의미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2일 전국 시·도 기획조정실장들을 안동 하회마을 양진당으로 초청해 ‘지방분권 개헌 추진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선 시·도 실무책임자들이 논의해 6개월 이내 지방분권 개헌의 초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즉 개헌 청사진의 얼개를 광역자치단체에서 직접 짜겠다는 것이다. 내년 개헌을 앞두고 ‘분권 개헌’의 초점이 흐트러질 우려를 차단하면서 지방의견을 대폭 반영시키겠다는 의도다. 시·도의 지방분권 개헌 작업은 국회 개헌특위가 내년에 내놓을 개헌안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날 간담회에선 지방분권 개헌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지사협의회의 조직과 예산을 늘린다는 데도 합의했다. 권역별 토론회를 열어 분권 개헌의 열기를 확산시키고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대학생 서포터스도 구성하기로 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달부터 전국 순회 주민공청회를 열고 있지만 지방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개헌특위위원은 지방분권 강화의 폐해를 지적하는 등 중앙집권체제를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 조정 등 재정분권 내용을 두고 알력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회의 지방분권 개헌안이나 행안부의 지방재정 확충 계획이 지방민이나 지자체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개연성을 예고한다. 그런 점에서 시·도지사협의회와 광역자치단체의 개헌 초안 마련 계획은 시의적절하며 다목적용 포석(布石)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왕이면 개헌 청사진에만 국한할 게 아니라 개헌 없이도 가능한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 강화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를테면 세법만 개정하더라도 지자체의 곳간 사정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법률과 시행령 개선 사항을 살펴보는 건 지방분권 개헌 후를 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를 시행한 지 20년이 넘었다. 이젠 ‘2할 자치’라는 자조(自嘲)를 벗어날 때가 됐다. 그 분수령이 지방분권 개헌이다. 실질적 자치 시행과 지방분권 강화는 지방이 주도한 개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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