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이나 성범죄, 폭력 등을 저지르고 검거된 범죄자가 '정상' 상태에서 범행한 숫자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니 걱정이 크다. 이른바 '주취(酒醉) 범죄'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하겠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6 범죄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 검거된 살인범죄자 995명 가운데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주취'였던 이들은 390명(39.2%)으로 '정상'(397명, 39.9%)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음주 상태였던 이들 가운데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기수범은 91명이었고, 나머지 299명은 살인까지는 이르지 않은 미수범으로 집계됐다.
반면 살인 검거 인원 중 '정신이상'은 31명(3.1%), '정신박약' 1명(0.1%), '기타 정신장애'는 41명(4.1%)으로, 작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된 정신질환자 범행 비중은 주취자 비중과 비교하면 오히려 미미한 정도였다.
성폭행 범죄의 경우 작년 한 해 검거된 6천427명 중 주취 상태 범행이 1천858명(28.9%)으로 정상(2천743명, 42.7%)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강제추행 역시 1만6천16명 중 주취 상태가 37.9%(6천68명)로 정상(7천202명, 45%) 다음이었다.
상해, 폭행, 폭력, 재물손괴 등 폭력범죄도 38만965명 중 정상은 13만2천259명(34.7%), 주취자는 11만7천874명(30.9%)으로 비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달 1일 서울에서 중국 동포 남성이 술에 취한 채 부인과 다투다 결국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4월 50대 남성이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을 말다툼 끝에 살해하는 등 '주취범죄'는 비일비재하다.
술 때문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로 사회적 비용과 치안력이 낭비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음주는 문화적 측면도 있긴 하지만 치안 관점에서는 음주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응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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