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파문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자질 논란에 이어 급기야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최악의 물난리로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외연수라고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여행이나 다를 바 없다. 그것만 해도 비난 받을 일인데 물난리 와중에 떠났으니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하다. 외유 의원들은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급거 귀국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듯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들에 대해 ‘제명’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해당 의원들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데 연수단장을 맡은 김학철 한국당 의원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비판 여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는 외유논란이 커지자 “세월호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하다”며 “마치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레밍은 이른바 ‘집단 자살 나그네 쥐’로 불리는 설치류로, 우두머리를 따라 무작정 달리는 특성이 있다. 자신들을 비난하는 국민들이 생각없이 떼로 달려가는 쥐같다는 얘기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사고 수준이 이런 정도라니 기가막히다 못해 충격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엊그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밝히면서 4대 혁신과제의 하나로 내세운 게 ‘자치분권’이다. 국가의 고른 발전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지방분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지방의회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자질이 이런 정도라면 대통령이 아무리 강조하고 힘을 실어줘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툭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불거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막장 수준의 감투 싸움은 기본이고, 잿밥에 눈이 멀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방의원들도 부지기수다. 함량 미달의 지방의원들이 지방 분권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인 셈이다.

지방의회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우선 모든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평소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다 회의가 열리면 교통비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자는 것이다. 당초 지자제가 부활했을 때만 해도 그런 방식이었다. 그러다 법이 개정되면서 유급화되고 비리도 함께 늘어났다. 문제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는 물론 이들을 공천한 중앙 정치권도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민들의 혈세만 축내는 지방의회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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