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태스크포스(TF)인 ‘자치분권 전략회의’가 13일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실무팀이 꾸려진 것이다. 자치분권 전략회의는 지방분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설치 이전까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다. 지방자치발전위 설치까지의 한시적 기구라고 해도 시대적 소명인 지방분권 실천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우리는 떠올리기 싫은 경험칙(經驗則)을 갖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지방분권을 역설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후 공약을 깡그리 뭉갰던 전례 말이다. 지방분권 정책은 유야무야되기 일쑤였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은 오히려 후퇴했다. 그래서 문재인정부에서도 대선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일말의 의구심이 없지 않다. 일단 조짐은 괜찮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여러 차례 지방분권 실천을 강조한 게 우선 믿음을 준다. 지방분권 철학이 몸에 밴 김부겸 의원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보임된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여느 정책처럼 지방분권도 국정의 추진동력이 있는 정부 임기 초기에 고삐를 다잡아야 한다. 정권의 힘이 빠지면 수도권 언론 및 국회의원, 대기업 등 지방분권 반대 세력의 저항과 공세를 당해내기 어렵다. 대선 공약이 자칫 용두사미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치분권 전략회의’와 지방자치발전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올해 내로 지방분권 정책과 필요한 법령을 정치(精緻)하게 정리하고, 내년 5월 개헌 국민투표 등의 지방분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새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자주재정권이 반드시 담겨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분권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지자체 간·지역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게 지방분권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역사회와 지방언론에서부터 지방정부란 용어를 확산시켜 나갈 일이다.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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