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예고된 사고였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사망 2명 등 18명의 사상자를 낸 광역급행버스 7중 추돌사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사고는 졸음운전이 그 원인이었다. 사고를 낸 버스 운전사는 피로가 누적돼 졸음운전을 했다고 경찰조사에서 털어놓았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꼭 1년 전 봉평터널 관광버스 사고가 그랬고, 한 달 뒤 인근 둔내터널 사고 역시 그랬다. 지난 5월에도 영동고속도로에서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특별대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결국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버스는 여전히 거리를 달리는 ‘ 흉기’나 다름없다. 졸음운전을 조장하는 무리한 근무 환경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밖에 없다.

광역버스 운전사의 경우 15~20시간씩 이틀 연속해서 일하고 하루 쉬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고를 낸 운전사도 전날 19시간을 일하고, 다음날 다시 근무에 투입됐다. 그리고 7시간 가량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하던 중 깜박 졸다 사고를 낸 것이다.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량 운전자는 4시간 일하면 30분을 쉬도록 하고, 운행을 마치고나서 최소한 8시간의 휴식을 보장한다고 규정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은 있으나 마나였다. 1회 운행이 2시간 이상 걸리면 15분의 휴식을 갖도록한 규정도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임이 없다. 따지고 보면 사고 운전사도 살인적인 운행시스템의 희생자인 셈이다.

버스는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수도권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광역버스 이용객만 해도 하루 88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생명과 안전은 전적으로 운전사에게 달려있다. 더 이상 졸음을 참으며 운전대를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획기적인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운수업계 연장근무를 무제한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특례조항부터 당장 폐기해야 한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실태조사에 의하면 버스 기사는 하루 평균 13시간 18분 일하고 있다. 일반 사업장의 1.5배로 대부분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독’이 된 특례 조항과 무관치 않다. 근무시간이 10시간 이내로 줄어야 안전 운전이 가능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아울러 졸음운전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운전자 스스로 졸음, 난폭, 음주, 과속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안전의식과 책임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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