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 빚이 가파르게 늘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전년보다 58조원(13.7%) 가까이 늘어 480조원을 넘어섰다. 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2배 수준에 육박하고, 부채를 가진 자영업자 중 소득이 낮은 '생계형 가구'는 70만가구에 달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장사는 안 되는데 금리는 오르고, 그게 자금난을 불러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 조짐까지 보인다. 한은은 올 초 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자 폐업 위험성이 최대 1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3월 기준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1300만원으로 상용근로자 가구보다 1.5배 많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도 41.9%로 상용근로자 가구보다 훨씬 높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영업자들은 대규모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중산층 붕괴로 연결돼 한국 경제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730명 중산층 퇴직자 조사'에 따르면 조기은퇴자의 32.4%가 퇴직 후 창업을 했고 이 가운데 74.2%는 실패했다. 조퇴자들은 소득이 없다는 불안감에 쫓겨 섣불리 창업이나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날리는 일이 많다. 10명 가운데 4명꼴로 "퇴직 후 계층이 하락한 것 같다"고 답한 이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간 창업 점포 수는 연평균 77만개, 폐업은 65만개에 달했다. 창업하기는 쉬워도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사정이 이런데도 생계형 창업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달 자영업자는 4.05% 급증해 552만명을 넘어섰다. 증가폭은 14년 만에 최대치다. 올 초 금융위가 무분별한 창업을 억제하려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안 먹힌다. 자영업자가 이처럼 느는 이유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창업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이 심한 분야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라도 창업에 대한 허들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창업을 막는 게 아니라 창업에 앞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어느 정도 강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가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을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추가로 내놓는다니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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