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실질소득이 7년 만에 줄었다고 한다. 명목소득은 다소 늘었으나 물가인상률 1%를 제하면 실제론 소득이 0.4% 마이너스였다. 명목소득 증가도 13년 만의 최저였고 가계의 소비는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게다가 소득 하위 20%에 해당되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5.6%나 급감한 반면 소득 상위 20%는 오히려 2.1% 증가해 계층별 소득격차가 심화됐으니 여간 걱정거리가 아니다. 지금처럼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가계의 붕괴가 심히 우려된다.

문제는 실질소득이 준 대신 가계빚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빚은 모두 1344조 원에 달했다. 1년 만에 141조나 늘어나 연간 최고액일뿐더러 전체 규모도 사상 최대에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지만 과연 그럴까 싶다. 물론 가계부채의 70%가 고소득자의 것이라 하니 그나마 위안은 된다. 하지만 나머지 30%에 해당되는 중·저소득층의 빚은 대단히 위험성이 높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내외 난제가 돌출하면 감당이 어렵다.

특히 자영업 대출 464조 원과 저소득, 저신용의 다중채무자 대출 79조 원은 위험성이 높다. 올해도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이 늘어나긴 어려운 상황이다.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인데 가계부채는 올해에도 최소 100조 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가계부채의 양뿐만 아니라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심각하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올 들어 은행권의 대출이 줄어든 반면 제2 금융권의 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가계 빚의 양을 줄이려다 질이 악화됐다면 더 큰 문제다.

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가계 부채 대응이 화급한 과제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특검 수사와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고 브렉시트 등 유럽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런 일로 인해 자칫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면 가계빚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여건이 어렵긴 하지만 정부는 가계빚의 양적, 질적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계가 무너지면 경제가 온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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