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人災)는 이제 그만

--한 대수 자치행정부장--

우리는 큰 사고나 피해가 발생하면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방치나 무관심, 늑장대응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놓고 인재냐 천재냐를 놓고 따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서울의 우면산사태나 각종 수해지역의 침수, 붕괴, 파손을 놓고도 인재다. 천재다라며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면산사태는 집중호우가 불러온 대형 산사태로 주변의 고급주택촌과 아파트 단지 등에서 16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로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전한다. 피해 주민들은 서초구청이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며 저수지를 만들고 굴착기로 산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서초구청은 지난 2003년 12월 생태공원을 조성했고, 습지-저수지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우면산 생태공원 등산로 조성공사를 벌이다 제방 역할을 하던 주요 지대 나무들을 대거 잘라내 큰 화를 불렀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우면산 기슭을 빙 돌아가며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한 것도 이번 우면산참사는 자초한 인재라는 것이다. 우면산 생태공원이 아니라 생지옥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늑장공사, 한꺼번에 파헤친 공사로 이번 집중호우에 한강-금강 등 4대강 공사현장 비피해도 막대하다고 한다. 장마나 태풍, 집중호우는 예측이 가능한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재난대책이 부족했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발생한 항공사고의 90%가 인재라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충분히 대비하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고의 대부분이 순간적인 실수를 고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다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미국심리학회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형 참사 가운데서도 생존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항공기에 탑승한 후 안내를 해주는‘비상시 행동 요령’에 대한 사전 교육을 이해했다. 항공기에 문제가 발생하여 비상착륙에 따른 ‘비상시 행동 요령’을 터득한 탑승자의 경우 100% 생존했지만 일부 승객의 경우 허둥대다 기회를 놓쳐 탈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항공기가 추락 사고를 당할 확률은 0.00001%다. 제프 로젠탈 교수는 당신이 다음번 탑승할 비행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99.9999815%로 계산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자연 임신으로 네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과 비슷하며 그냥 네쌍둥이가 나올 확률은 7000만 분의 1이 아니라 네 명 아기의 얼굴이 똑같이 나오는 네쌍둥이가 나올 확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대부분이 인간의 실수라는 것이다. 그것이 항공기의 결함인지 혹은 누구의 과실인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예방하면 사고를 줄이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천재인가? 인재인가?를 묻는 질문을 43번이나 글을 쓰며 이런 글을 남겼다는 43세의 필자의 글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성장하고 나서부터 글의 뜻을 알아들었을 때부터는 한해도 빼먹지 않고 들은 얘기이거나 보아온 것이란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만 한 번의 실수, 아니 여러 번의 실수를 하면서 추후에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허가도 없이 증축하려던 마트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무너지고 강둑이 무너지고 산이 무너져 내려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 있다. 강남 중심지역이 물이 불어서 자동차가 둥 둥 떠다니는 것을 보았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는가? 과연 인재인가? 천재인가? 숱하게 반문하며 생태공원. 생태하천, 계획적인 개발도 좋지만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중심의 안전성도 포함한 개발계획이 되었으면 한다는 간절한 소망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자연의 재해는 다 같이 책임이 있다. 누구에게 죄를 물을 것도 없다. 공동정범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편의상 천재지변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재이다. 인재는 막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막지 못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차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사고나 피해가 발생했다면 응당히 그 부분은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야 인재를 줄 일 수 있다. 무사안일과 근시안적인 탁상행정, 누가 하겠지? 별일 없겠지!하는 무관심이나 안전불감증, 환경불감증은 공동의 적이다. 무고한 사람이 죽고 삶의 터전인 집이 무너져 내리고 자식같이 키운 농작물이 인재로 침수되어 빚더미에 묻히고 길거리로 나 앉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질 것이며 이로 인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얼마나 큰 피해를 전가시키는지 모르지 않는다면 제발 인재는 줄여야한다. 천재지변이냐 인재(人災)냐는 그래서 중요하고 또한 시민들은 당연히 그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자를 문책할 권리가 있다. 인재(人災)를 줄이는 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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