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 장학관 신경희

오늘도 나는 계단을 선택했다. 부임 후, 어정쩡 정신없이 살다보니 일찍 출근을 해도 엘리베이터 타기에만 급급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운동하는 흉내라도 좀 내야지 싶어 선택한 것이 6층 사무실까지 계단 오르기였다. 시작한지 3주째다. 오를 땐 숨이 차서 헉헉대며 계단을 선택한 걸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르고 나면 그 선택에 절대 후회가 없다. “고생 했어 무릎아”마치 큰일이라도 해낸 듯 기분이 참 좋아진다.

몇 주 전엔, 전임 근무지에서 특강 의뢰가 왔다. 나이가 어렸을 땐 사람들 앞에 서서 얘기하고 강의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헌데 나이 좀 들면서부터는 누구 앞에 선다는 것이 두렵고, 강의는 더더욱 꺼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 지 식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전후 살피지도 않고 쾌히 응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멋진 강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려 했지만 그게 여의치 않았다. 결국 잘해보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강의로 끝나 지금도 내내 아쉽다. 그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다.

누군가는 우리 인생을 B와 D사이의 C라고 했다. 다시 풀면 Birth와 Death 사이에 Choice라는 거다. 생각할수록 명문이다. 부모나 자녀처럼 선택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데카르트가 말했듯이‘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직업이나 배우자의 선택은 물론이고, 점심 메뉴하나 정하는 사소한 것까지도 순간순간이 선택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크고 작은 숱한 갈림길의 연속인지 모른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갈림길에 서 있는가?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주체적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서 남의 의견을 물어 선택하면 후회하기 십상이었다. 생활은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의 연속이다. 이렇게 많은 일 중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의 선택이다. 그리고 무엇이 됐던 일단 선택한 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충실해야 한다. 해야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정확히 해야 한다. 거기다가 따뜻하고 사랑스런 마음을 덧붙여야 한다. 물론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야 비로소 선택이 빛이 나기 때문이다.

가을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유리 창 위로 나른한 오후가 쏟아진다. 태양이 저만치 삐딱하게 기울면서 익을 대로 익은 중년의 시간을 이 가을은 무한 쓸쓸함으로 고문한다. 일이고 뭐고 다 제치고 파란 하늘과 눈 맞아서 단풍길 따라 어디든 흘러가고 싶은 맘 굴뚝같다.

어제보다 뚱뚱해진 욕망을 덜어내며 경쟁에 휘말리지도 말지며 오늘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속다짐을 한다. 때론 박완서님의‘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말에 주춤해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좋은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낳고, 좋은 결과가 다시 좋은 선택을 부르는, 선택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는 믿음으로 나는 내일도 계단 오르기는 물론,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