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서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신경희

‘시월에 어느 멋진 날에’ 노래로 시작했던 10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스멀스멀 재빠른 속도로 잘도 빠져나간다. 어느새 황금들판이 수확을 서두르고 있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이른 새벽 강가 갈대가 바람을 불러오고, 알록달록 고운 빛. 은빛 억새꽃. 사방이 온통 가을 수채화다.

깊어진 가을. 한 번 쯤 허리 숙여 국화꽃 향기를 맡고, 고개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좋지 않은 뉴스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 와중에도 훈훈한 미담들이 이어지고 있어 허전해진 마음이 황금들판처럼 풍성해지고 환해진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힘이고 희망이다.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Belif)'​가 제작한 "당신은 정직한가"란 제목의 실험 유투브 영상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꽤 괜찮은 선물과 꽃이 담긴 쇼핑백, 주인은 없다. 그 앞에 당신은 정직한가?"라고 묻는 실험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실험은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 이뤄졌으며 이들은 일부러 주인 없는 종이가방 100개를 놓아둬 몇 개나 돌아오는지 지켜봤다. 종이가방 안에는 선물과 꽃이 들어 있고, 추후 위치 확인을 위한 GPS를 사람들 모르게 넣어 놨다. 100대의 열차를 타고 1호선으로 운반된 종이 가방은 몇 개나 남아 있었을까?

100개의 종이가방 중 단 6개만 다시 돌아왔다. 주인 없는 물건 앞에서 얼마나 정직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 실험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다음 날, GPS를 통한 결과, 서울의 지하철 유실물 센터에 81개의 가방이 돌아와 있었다. 무려 87%의 정직으로 귀환. “우리는 정직하다. 당신은 정직하다” 라는 문구로 영상은 마무리 된다.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정직함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상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사회는 아직 정직하다.

늘 꼴찌만 하던 친구를 위해 잠시 멈춰선 아이들. 손잡고 모두가 1등 도장을 받은 감동의 운동회 이야기다. ‘눈물 나게 고마운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 온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아이들이 모두 손을 잡고 일렬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이는 몸이 불편해 늘 꼴찌만하는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모두 손을 잡고 결승선에 통과해, 꼴등 없는 달리기 대회를 만든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다음이다. 자신을 사진 속 주인공의 큰 누나라고 밝힌 글쓴이는 “제 동생은 연골무형성증이라는 지체장애6급으로 매년 가을운동회 달리기는 상처가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올해 6학년 운동회 때는 매번 꼴찌를 하고 실망하는 동생을 위해 친구들이 동생 몰래 준비한 선물이었다.”고 전해 감동을 자아냈다. 흐뭇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부족의 인사말인 ‘우분투’가 떠올랐다.

제자들을 울린 선생님의 졸업고사 마지막 문제 이야기. SNS에 고3 학생이 올린 졸업고사 마지막 문제 사진. 문제는 이렇다. ‘다음은 사회인이 되기 위한 기본 상식문제이다. 빈칸을 알맞게 채우시오.’ 이 문제는 고등학교 학업을 마치고 대학 또는 사회로 나가는 제자들을 위해 선생님이 만든 깜짝 이벤트였다. 여섯 문항의 괄호 안에 정답을 문장으로 이으면 '삼 년간 수고했다.'가 된다. 보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이 문제는 당시 정답을 맞힌 학생들의 코끝을 시리게 했다는 후문이다.​ 센스 있는 선생님 덕분에 입시를 위해 3년 동안 힘겹게 달려온 학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건네 준 것이다.

창밖의 파란 하늘. 흔들리는 억새사이로 흐르는 바람과 노을. 참으로 아름다운 가을날. 훈훈한 이야기들 속에 숨겨진 희망을 다시 읽는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 축 늘어진 빨래처럼 후줄근해진 우리네 삶이 가을하늘처럼 맑아지고 이렇게 흐뭇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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