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하루하루가 바람처럼 지나간다. 한 장 남은 달력에 얼마 남지 않은 숫자들이 힘을 모아 버텨 보지만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시간은 시계의 원형 문자판을 도는 것이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저 아득한 어둠 속으로 질주하는 것’이라던 지혜자의 말씀이 불현듯 기억난다. 시작이 그러하듯 12월은 마무리도 중요함을 알게 하는 달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달이지만 더불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나 하나의 진지하고 신성한 경주였음을 깨닫게 한다.

요즘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신조어들이 참 많다. 이른바‘낀 세대라라 불리는 트윅스터’(Twixter)부터 삼포세대, 그루밍족, 캥거루족, 프리터족, 니트족 등이 그것이다. 언뜻 단어만 봐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청소년들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암호 같은 은어들도 그렇다. 어떤 것은 그 뜻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생활지도 상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지난번 직무연수에서 요즘 학생들이 상용하는 충격적인 용어들을 전해 듣고 연수자 모두가 크게 놀랐었다. 우리 아이들이 주고받는 은어나 줄임말, 그리고 사회상을 반영한 신조어들을 모두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지난 5월 하순경으로 기억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단어가 있다. 바로 ‘니트족’이다. 좀 우습지만 니트족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순간 니트 옷을 즐겨 입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수많은 댓글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꽤나 되었다. 좀 더 사회학적으로 고민을 한 듯한 사람들은 중국 아니면 어느 지역 소수민족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 클릭을 해보니 니트족(NEET)은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였다. 간단히 말해 구직 활동은 하지 않고 놀고먹는 15~34세 청년층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고용환경이 악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의 하나라고 한다.

최근 사회불안을 유발하고 심각한 사회 병리 현상으로까지 이어지는 니트족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다.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라나서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잠깐 하다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의 부양을 받으며 다시 취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부류. 저학력에 기술도 없어 중․저임 노동시장에서 직장을 얻을 수 있으나 노동 강도에 비해 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취업을 원치 않거나, 아예 포기하는 부류. 뚜렷한 목표나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창업 의욕만은 강해 아르바이트 자리도 원치 않는 창업 환상형. 습관적으로 직장을 바꿔대는 실업층 부류 등이다. 일할 의지와 노력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들의 마음이 한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9%)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생산 가능인구 중 취업자 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청년층 고용률이 4.5포인트 낮아졌는데, 그 원인으로 니트족의 증가를 꼽았다. 2012년 말 기준 한국의 니트족은 무려 72만 명 이상으로 이 중 대졸 이상은 19만에 달한다고 한다. ‘자포자기한 청년 백수 72만 명에 희망 줄 방법’이란 신문사설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학생 신분 유지하려 학적유지비 부담, 지방소재 대학 상당수 졸업유예자 실시’ ‘ B+학점 받고도 F요청 후, A학점 받으려고 재이수로 졸업 연기’ 라는 타이틀의 가사들도 자주 눈에 띈다. 군 제대를 앞둔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자식을 둔 부모 입장이라서 일까. 이러한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젊은이들은 우리의 현재이며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어 빈둥거리는 청년 니트족이 100만 명에 육박한다니 이 땅의 부모로서,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니트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에 대한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경기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단 경기가 부활하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가 죽어있던 니트족에게도 의욕이 생길 것이다.’ 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일시적인 고용쇼크를 벗어나기 위한 단기대책 위주의 졸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국가전략 차원의 경기회복으로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니트족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지금 학교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 실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아이들이 학교 졸업 후, 자신의 꿈과 끼를 신명나게 펼치며 행복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분명한 터전이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따뜻하고 신명나는 뉴스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저 사건 사고, 파행, 파업, 경기불황, 일자리 부족 등 답답하고 어지러운 뉴스들만이 난무한다. 사무실에 걸려 있는 ‘희망의 새 시대, 란 국정비전을 새삼 다시 바라본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14년 갑오년 말띠 해에는 말의 이미지처럼 박력과 생동감으로 진정 희망의 새 시대가 활짝 펼쳐지기를 손 모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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