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건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순이다. 이제 정말로 2013학년도 교육농사를 마무리 지을 시기다. 학년 말을 맞아 학교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힘들다. 선생님들은 수업은 수업대로 해야 하고 성적처리, 생활기록부 작성, 사정회 등 주요 학사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잡스러운 아이들 생활지도는 하루도 방심할 수 없다. 그런데 이맘때쯤이면 일선학교의 학사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정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느니, 일선의 학교 수업이나 체험학습이 대부분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이뤄진다느니. 학생들이 학교에서 매일 감상하는 비디오가 하루 3∼4편이라고 하더라는 소리들이 거침없이 들려온다.

학교장으로서도 학년 말의 학교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교과서 중심의 교육과정을 마친 선생님들이나 기말 시험을 마친 아이들 모두 긴장들이 다소 풀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밖에서 우려하는 바처럼 그렇게 수수방관하고 있지는 않다. 시기가 언제라도 교육과정상의 주어진 시간은 다 소중하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식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표면적 교육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다른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교과서 밖의 다양한 체험과 인식, 폭넓은 인간관계의 형성, 예술적 심미안을 기르는 일과 같은 잠재적 교육과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마다 여건에 맞는 학년말 교육과정을 수립하여 최선을 기하고 있다. 사회에서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는 파행된 그런 학년말의 학교 모습이 아닌, 한해를 알차게 정리하려 노력한다. 그동안 교과서 중심의 교육과정을 진행하느라 수행하지 못한 것들이나 새 학년도를 준비할 수 있는 유익하고 매력적인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어떤 선생님은‘교육은 지금 중태다, 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최근 경기도 어떤 시인 교감 선생님의‘무례한 인권이 휩쓸고 간 교실’이라는 테마로 쓴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우리 교육의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달 말, 청소년토론대회 심사로 오후 내내 한자리에 못 박혀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고 내내 흐뭇하고 뿌듯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논리적으로 마무리를 하는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했다. 오늘날 교육의 그늘진 모습만을 부각시키며 어쩌니 저쩌니 해도 교육은 희망이고, 우리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좀 진부한 말 같지만 거대한 호수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 하나가 호수 전체에 아름다운 파문을 만드는 것이다. 한 곡의 노래가 교실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고, 한 그루 나무가 숲의 시작일 수 있다. 한 마리 새가 봄을 알릴 수 있고,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작지만 나 한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가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굳이 조동화 시인의‘나 하나 꽃피어’라는 시를 인용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나 한 사람에게 달렸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선택이든‘가장 좋은 출구는 문제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로도 연결되고 또 다른 가능성들이 열리는 것이다.

서비스 업계에서는 불황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트렌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교육이라고 해서 뭐 다르겠는가. 학교를 불신하는 여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최상의 서비스, 품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열정을 존중해 주고, 소외되거나 낙오되는 학생 없이 소중한 인격체로 키워가는 노력. 우리가 부끄러울 것 없는 교육자로서 학년 초 학기 중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르쳤다면 학년 말에도 똑같이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교육, 학부모들이 두고두고 선생님을 고마워할 수 있는 교육. 지금 우리 교육은 이것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학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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