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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늘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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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7  17: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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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고 부딪치는 일상 속에서 나는 가끔 ‘미늘’을 생각할 때가 있다. 좋든 싫든 한번 이루어진 관계에는 사회적 연계성이든, 그게 뭐든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거기엔 내 성격상의 문제도 얼추 가미되어 있다. 한 순간 훌훌 털어 버리고 싶거나, 원하지 않는 관계인데도 끈질긴 인연의 고리에 단단히 얽매어 있기도 하다.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가깝거나 좋은 사이일수록 책임과 기대치가 커지기 마련이다. 때로 거기서 파생되는 실망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한, 관계는 끊임없이 새로 시작되고 지속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한 번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과는 상관없이 어느 날 처음인 듯 살포시 시작되는 또 다른 사랑과도 같다고 하면 표현에 무리가 있으려나? 아무튼 인연을 묶는 것도, 놓아버리는 것도 사람이 의도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일은 분명 아닌 듯 싶다.



나는 낚시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사실 미늘이 뭔지도 몰랐다. 지난해 봄쯤이었던 것 같다. <미늘>이라는 안정효 소설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뜻을 찾아 사전을 뒤적거린 적이 있다. 미늘은 ‘낚시나 작살의 끝에 있는, 물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도록 가시처럼 만든 작은 갈고리’라고 적혀 있었다. 그 때 활자를 뚫고 전달되는 느낌이 뭔지 모르게 오싹했던 기억이다. 한 번 들어가면 빠지지 않게 하는 것. 그 것이 바로 미늘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늘이 달린 욕망을 가지고 사는 건 아닌지. 세상 곳곳에 미늘은 널려 있다. 사랑의 말 한 마디에도, 눈짓 하나에도 미늘이 달려 있다. 관계를 생각할수록 나도 모르게 던진 미늘이 다시 돌아와 살아가는 동안 내 입에 들어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삶이란 한 번 박히면 절대 빠지지 않는 낚시 바늘의 갈고리 모양의 미늘은 아닐 런지. 소설은 독특한 설정과 바다낚시라는 거친 환경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였다. 진부하면서도 소설에 있어 묘사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읽은 지 꽤 지났는데도 ‘산다는 건 사는 거지 생각하는 게 아니잖아요’ 라는 문구는 물론, 마음의 균열을 일으키던 미미한 소리들이 여전히 내 가슴속에 들리는 듯하다.


지인 중에 낚시를 좋아하는 어떤 분은 “미늘은 인간이 고기를 잡기 시작하면서 나아진 어구의 진화물이다. 미늘은 물고기 사냥에 대한 인간의 분명한 목적의식이며 선전 포고라는 것이다. 이것 없이는 잡히더라도 쉬이 빠져 도망간다. 미늘이 욕망의 도구로 사용되면 끝없는 욕심을 다 채우기 전까지는 포획물을 붙들고 놓아 주질 않는다.” “낚시는 곧 인생을 낚는 것이다. 낚시도 물때가 맞아야 한다. 썰물일 때는 고개를 숙여 바위 틈새로 바다의 작은 속삭임을 듣곤 한다.”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전에는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감성적이고 따뜻함에 낯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많은 말을 하거나 듣는다. 그러나 그 말들이 그저 의미 없는 소리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한 어느 날은 허허롭기 그지없다. 그것은 진정한 소통과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래서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원한다. 마음을 읽어주고 마음을 만져주는 사람. 진정한 미늘이 있는 그런 메시지를 전해주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십 년을 사귀었는데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데도 눈짓만으로도 또는 미소로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도 있다. 통(通)하지 않아서 통(痛)할 때가 종종 있다. 저녁노을을 함께 보며 걷고 싶고, 따뜻한 차를 나누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이 분명 있다. 연령, 전공, 경력, 성별 불문한 감성의 코드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마음을 걸어놓고 그 마음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미늘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풍이 앞 다투어 제 몸을 불태우더니 이제는 빛깔을 잃고 우수수 다 떨어졌다. 가을날의 그 찬란했던 빛깔들을 가볍게 내려놓고 아주 홀가분히 맨 몸으로 늠름하게 서 있다. 나무는 맨 몸이 더 잘 생겼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그 섬세한 가지 끝에서 전해 오는 고독처럼 산뜻하고 청량한 냉기가 좋다. 야윌 대로 야윈 요즘의 햇살은 마치 애절한 눈빛과도 같다. 어느새 11월이 다 가고 그 끝자락에 서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올 한해 마무리를 생각한다. 일도 그렇고, 삶이 비루해지려는 고비마다 나를 지탱해 주었던 힘. 살 속을 파고들어 쉽게 빠지지 않는 미늘 같은 그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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