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요즘 포털 사이트나 주류 신문 뉴스, 방송을 접할 때마다 무서운 초딩이니 중딩이니 하는 단어들이 곧잘 등장하곤 한다. 학교, 학생, 청소년에 관한 뉴스치고 충격적이고 뒷맛 씁쓸한 것들이 대다수다.

올해도 그 어느 해 못지않게 구석구석에서 좋은 뉴스보다 좋지 않은 뉴스들을 더 많이 접한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충격적인 뉴스에 더 방점을 두다 보니 오히려 수많은 따뜻한 작은 불빛들이 그대로 어둠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학교폭력이니 교권 침해니 하는 뉴스들로 넘쳐나는 곳에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은 비집고 들어 설 틈이 없는 현실이 서글프고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훈훈하게 달구는 이야기도 기실 많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고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서 학업에 충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2013년 6월 13일 미국 허핑턴포스트 지에 실린 캘리포니아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4학년에 다니는 트래비스 셀린카라는 아이는 뇌종양을 앓게 되었다. 두 달 가까이 계속된 방사선 치료로 다행히 병세는 호전되었지만, 아이의 머리카락은 모두 빠져 버렸다.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된 것만 해도 무척 다행이었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다 빠진 자신의 모습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흉측하다고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학교에 갔다. 겁을 먹은 얼굴로 망설이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순간, 트래비스는 뜻밖의 광경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교실에 앉아있는 친구들이 모두 자기처럼 빡빡머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래비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입을 열고 작게 말했다.“고맙다. 친구들아!”그 말을 듣고 친구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트래비스의 친구들은 그가 등교를 꺼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 결의했다고 한다.“트래비스는 우리의 친구다. 암과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친구에게 우리가 힘이 되어 주자. 친구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도 머리를 빡빡 깎고 등교하자!”허핑턴포스트 지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트래비스는 행운아다. 그는 비록 머리카락을 잃었지만 인생 최고의 보물인 친구들을 얻었다.”


이 이야기는 학교폭력이니 교권침해니 자식이 부모를 해하다 등의 얼룩지고 무겁고 답답한 뉴스들로 휘청거리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일화이다. 그리고 어린 그 녀석들이 참으로 기특하기 그지없다. 이런 예는 비단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학교마다 나눔과 배려의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작은 우리 학교만 해도 지역 ‘면민의 집’ 발 마사지 봉사활동은 물론, 직접 심고 기른 배추로 김치를 담가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해 온지 4년째이다. 연말이면 연탄 나누기 행사를 통해 사랑의 온도를 올리는 학교들도 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는 벌써 10여년 넘게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연탄 배달 및 밑반찬을 지원하고, 영정사진 제작, 생필품 지원, 청소 등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기특한 중학생의 솔선수범 사연이 인터넷을 달구며 훈훈함을 전해 주었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기특한 중학생의 솔선수범’이라는 제목으로 지하철에서 있었던 중학생들의 일화와 관련한 사진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은 서울 대치중 학생 두 명이 지하철에서 휴지로 바닥을 닦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사진은 한 네티즌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화제가 된 것으로 어른들을 반성하게 하는 상황 설명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글쓴이는 “대치중 두 학생을 칭찬합니다.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토해서 다들 방관할 때, 두 학생이 휴지로 바닥 곳곳을 다 닦더군요. 기특한 마음에 따라 내려서 만원 한 장을 쥐어줬지만, 그들은 오히려 부끄럽네요”라고 밝혔다고 한다. 기특한 중학생의 솔선수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중학생들의 솔선수범 훈훈하네” “어른 보다 나은 아이들이네” “기특한 중학생의 솔선수범 진짜 나도 반성하게 된다”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감동을 주는 행복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나쁘고 자극되는 뉴스로 넘쳐나는 세상. 그런 것들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을 전해 주지는 못한다. 작지만 훈훈하고 아름다움 모습들에서 우리는 마음의 파동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평범하지만 따끈한 이야기들을 찾아 우리사회가 얼마나 따뜻하고 기특한 아이들로 넘쳐나는지를 보여주는 일도 매우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꿈을 위해 이제 우리 모두가 눈총 주지 말고 눈빛을 주자. 겨자씨 같은 관심이면 사랑은 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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