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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다는 것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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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6  16: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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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다는 것

충남 서천 서면중학교 교장 신경희


이 세상에 흐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흐르고 구름도 흐른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도 흐른다. 봄이 흐르고 여름이 흐르고 가을이 흐른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이른 새벽 강가 갈대가 바람을 불러오고 알록달록 고운 빛, 은빛 억새꽃, 시간이 그려놓은 가을 수채화 속에 그리움 한 자락도 걸려 있다. 한해가 이렇게 스멀스멀 잘도 흐른다. 깊어가는 가을이 매일 매일 가져다주는 것은 아름다운 변화다. 전봇대조차도 느낌표처럼 서 있는 계절.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판타레이(Panta rhei)’-모든 것은 흐른다. 흐르며 변화하는 자연에 절로 탄성이 흐른다.

안드레이스 드로스테크는 <철학자, 경영을 말하다>에서 ‘플라톤은 세계에 대한 헤라클레이토스의 철학을 ‘판타 레이’라는 유명한 말로 기술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보기에 모든 만물은 지속적으로 흐르는 강물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우리의 세계는 늘 변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끝없는 변화 자체이다. 우리가 영속성을 인식했다고 믿는 곳에서도 우리는 감각에 속고 있다. 영원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끝없이 변화하는 지속적 프로세스 속에 존재한다.’ 라고 갈파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의 모든 만물은 지속적으로 흐르는 강물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동일한 강물에 몸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오늘 내가 금강에 발을 담그고, 다음날 다시 그 금강에 발을 담근다고 해도 금강 물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강의 강물은 같은 바닥 위를 흐르고 있지만, 그 물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제 내 발을 적셨던 금강 물을 다시는 만난 수 없다는 거다. 물론, 발을 담근 나도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노화되고, 희망컨대 조금 더 현명해진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확실한 것은 세상은 끝없이 변화한다는 사실 뿐이라고 한다. 그 옛날 이런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그가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라!’ 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주 조심스럽게(?) 결정한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내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다. 전문성이나 열정도 그렇지만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는 것 같다. 전에는 상황만 허락된다면 열정하나만으로도 무모한 도전조차 서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벌써 저만치 눈웃음 흘리며 사라진 세월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에 자꾸만 주저주저하게 된다. 더군다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에는 막연한 두려움까지 일어난다. 그냥 편하게 현실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물속에 편안히 앉아 있는 개구리처럼 말이다. 물론, 현재에 안주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현재에 머무는 것은 유지가 아니라 퇴보라고 한다. 물살 빠른 강물에서 멈춰 있으면 뒤로 밀려가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흔히 안정된 듯 느껴지는 상황이 바로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지금 내 삶이 바로 위기다. 이런 위기상황을 어떻게 전환해 나갈 수 있을까? 그건 변화다. 변해야만 답이 나온다. 마음이, 행동이 변해야 통(通)하고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해야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 수 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긴다고 한다.

예전에 어떤 잡지에선가 한국 프로 야구의 전설적인 기록이라 일컬어지는 개인 통산 2000안타 달성 선수 양준혁이 “나를 키운 건 위기도 있었고, 부진한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이전의 나를 버렸고, 새로운 나를 찾았다.”라는 인터뷰 기사를 본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변화는 두려운 존재이다. 그 결과를 모르기 때문이다. <주역>에 보면 세상은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발전해 나간다고 한다. 우주와 자연이 끊임없이 변하듯이 인생도 어려움이 지나면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고, 그 변화를 통해 새로운 해결점이 찾아진다는 것이다. 세상은 흐르는 것이 지배한다. 시간이 그렇고, 물이 그렇고, 바람이 그렇고, 역사가 그렇다. 흐르지 않고 변화하는 것은 없다. 시간 따라 물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삶, 그 변화하는 삶이 우리를 조금 더 눈부신 곳으로 데려다 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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