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짓겠다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과학벨트를 축소하고 부지매입비를 대전시에 전가하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에 대전시와 새누리당은 정체됐던 과학벨트사업에 새로운 물꼬를 튼게 아니냐며 내심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미래부의 제안이 과학벨트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세종시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에서 과학벨트의 정상추진을 약속해놓고, 당선된 후“말을 바꾼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대선공약인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해놓고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성격을 변경해 지역민들이 분노를 샀던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당장 민주당 충청권 4개시·도당은“박근혜 대통령은 과학벨트를를 정상 추진하고,대전시는 박근혜 정부의 과학벨트 빈껍데기 놀음에 맞장구치지 말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과학벨트 기본계획에 IBS부지가 둔곡지구로 명시됐음에도 박근혜 정부가 기초과학연구원의 입지를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옮기려하는 것은 과학벨트를 당초 예정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권선택 전 국회의원도“2007년 이명박,2012년 박근혜 후보는 모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놓고 수차례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매입비조차 확보되지 못한 채로 수년 째 표류하던 과학벨트 사업을, 엑스포 과학공원 부지에 조성하겠다는 미래부의 제안은 불순한 의도가 있음에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과학벨트 예정지인 대전 유성구도 크게 반발하긴 마찬가지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11일 "미래부의 제안은 실체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빈 껍데기 수준"이라며 "이런 제안은 누가 봐도 정도를 벗어난 슈퍼 갑의 횡포로 대전시를 압박하고 지역민심을 갈라놓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허 청장은 또 "국책사업인 과학벨트 사업을 주도하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의견을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창조경제 전진기지라는 핑계로 과학벨트를 축소하려는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유성구는 과학벨트 정상추진을 염원하는 주민 10만명의 서명을 담아 청와대와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전참여연대는“엑스포과학공원에 기초과학연구원이 입주하면 과학벨트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며,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를 현금 대신 현물로 분담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가치와 비전마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10일 주간업무회의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제안을 구체화해 창조경제 핵심시설에 대한 용도와 규모, 예산 등을 밝혀야 한다. 구체화한 안에는 시의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방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고시된 신동·둔곡지구 과학벨트 343만㎡(약 104만평)를 유지하고, 과학벨트 예정지 매입비용을 모두 국고로 부담하는 걸 전제로 협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창기 대전발전연구원장은“엑스포과학공원은 대전시가 추진하기로 한 롯데테마파크가 들어서는 게 옳다고 판단된다.”면서“정부는 과학벨트를 정상대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래부의 엑스포과학공원내의 IBS 건립 추진이 충청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전시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