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시험문제 유출 비리 파장이 여전히 계속되면서 충남교육이 그야말로‘풍전등화(風前燈火)’에 놓여 있다.

비리의 끝이 어디까지인가 싶을 정도로 추잡한 충남교육의 잇따른 비리소식에 참담한 느낌마저 든다. 김종성 충남교육감이 평교사로 시작해 교육 수장에 오르기까지 그가 살아온 교육철학을 들여다보면‘청렴’그 자체였고, 순수한 교육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한순간의 권력의 욕심에 취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치부하기엔‘장학사 선발비리’사건은 도(道)를 넘어섰다. 너무나 조직적으로 이뤄졌고,가담 인원도 많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4일 장학사시험 비리 연루자 49명의 징계를 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금품을 주고 받은 중징계 대상자 39명과 특정 응시자 논술채점을 부당하게 한 경징계 대상자 7명 등 모두 46명에 이른다고 도교육청은 발표했다.

그런데 충남교육 가족을 슬프게 하는 것은 김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당시부터 취임에 이르기까지 줄곧 강조했던‘클린 교육행정’이 선거에 당선되기 위한‘장밋빛 공약’이었냐는 것이다.

투명한 교육행정 없이 내실있는 교육을 정착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 교육감의 의지였다. 이러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개방형 직위 감사담당관’이다. 그동안 교육청 내부에서 발탁했던 감사업무를 과감히 없앤 것이다. 고질적이고 뿌리깊은 교육비리를 외부감사관을 통해 근절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지난 2011년 1월 1일부터 경찰 출신 유재호씨를 임용했다. 유 감사관은 임용 초기부터 감사조직의 분위기 쇄신 및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조직의 담당명칭을 감사기획담당, 감사1~3담당에서 감사총괄ㆍ청렴윤리ㆍ공직감찰ㆍ민원조사담당으로 변경했다.

특히 조직의 변화를 바탕으로 ▲엄정하고 공정한 감사 ▲바른 품성 5운동ㆍ충남 학력 New 프로젝트 등 정책지원 감사 ▲학부모,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 참여 '명예 감사관제' 운영 ▲사전 예방을 위한 사이버 감사 전개 ▲상시 감찰반 운영 등을 중점 추진했다.

나름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 형식적인 감사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감사시스템과 상시 감사모니터링을 통해 투명한 교육행정을 이끄는 성과를 거뒀다. 유 감사관이 직접 일선 시군을 순회하며 정기적으로 실시해온‘청렴교육 워크숍’역시 교직원들의 호응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장학사 선발비리’에 감사담당 장학사가 이번 장학사 시험 비리에 연루,구속되면서 도교육청 감사관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다른 부서도 아니고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이번 사건의 깊숙이 개입된 그 자체로 이미 감사관실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유 감사관 조차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공개,발표하면서 알게될 만큼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것이다. 한마디로
교육감과 일선 장학사,교원들이 철저하게 이번 사건을 오래전부터 공모했고, 비밀리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외부에서 채용된 유 감사관으로서는 교육계만이 지닌 특수한 조직체계를 파악하기엔 역부족이지 않았나 싶다.

다시말해 교육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는데는 외부감사관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교육계는 그야말로 폐쇄적인 조직이다. 학연이나 지연으로 똘똘 뭉친 조직이다. 그래서 자신들만이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철저히 숨기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장학사 시험 비리’사건도 수년에 걸쳐 음성적으로 횡행할 수 있었다.

급기야 최근 이번 사건에 대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 감사관이 사표를 제출했다. 사실 유 감사관이 자의든 타의든 그 자리에 앉아 있기는 외부시선을 고려할 때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감사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 이번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제 충남교육청은 교육수장에 이어 감사관까지 공석이 생기면서 향후 ‘장학사시험비리’사태수습을 위한 중심축이 사실상 무너졌다.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고는 하나 최근 부임한 부교육감이 과연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고 풀어나갈지 근심부터 앞서는게 사실이다. 전국 최고의 청렴교육의 메카를 실현하기 위해 과감히 도입했던 충남교육청의‘외부감사관’이 교육수장의 한순간의 권력욕심에 의해 퇴장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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