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시대인 지난해까지는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ㆍ조선인민군보ㆍ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의 ‘신년공동사설’로 발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黨과 국가기구의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육성으로 신년사를 했다.
김정은이 19년 만에 처음 TV에 나와 육성으로 신년사를 낭독한 것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통치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김정은이 혁명 계승자로서 할아버지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출한 것 같고, 리더십을 조기에 정착시키려고 하는 의도로 볼수도 있다.
김정은이 발표한 신년사의 핵심 과제는 ‘남북관계 개선ㆍ인민생활 향상ㆍ과학기술 발전’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 “동족 대결로 초래될 것은 전쟁뿐”이라며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진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 전제”라고 했다. 6ㆍ15 남북공동선언과 10ㆍ4 남북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인민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인민생활과 직결돼있는 것들의 생산을 늘려 인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경제관리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완성해나가야 한다”면서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경제개혁 시범조치의 확산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과학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쏘아 올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면서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경제 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자, 이것이 당과 인민이 들고 나갈 올해의 투쟁구호”라고 했다. 과학기술을 경제와 연관시킨 점이 주목된다.
그 밖에 정치ㆍ군사 부문에서는 노동당 중심의 일심단결과 군사력 강화를 지속할 것을 강조했다.
신년사는 올해가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 북한이 ‘전쟁 승리’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조국통일 위업 수행으로 줄기차게 이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남조선 집권세력은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대상”이라며 남한 정부와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핵문제나 미국에 대한 표현은 없었으며 지난해 4년 만에 등장했던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이번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서산·태안=김정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