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후 처음 보수와 진보세력의 총결집으로 형성된 1 대 1 대결구도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끝까지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박빙 속에 긴장을 높였지만 선택의 결과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00만표 이상 이겨 18대 대통령으로 당선 됐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국민의 가슴을 울리는 대한민국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하겠지만, 차별성 없는 ‘경제민주화’와 ‘복지천국’의 엇비슷했고, 아니면 말고식 흑색선전과 묻지마 의혹제기, 악의적 인신공격과 저질의 비방 등 온갖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는 소리로 시끄럽기도 했다.

어쨌든 승패는 끝났다. 안도와 실망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나라의 미래와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국민들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민심의 선택은 엄중하다. 내가 찍은 후보가 이겼든 졌든, 표 차이가 크건 작건, 잘된 선택이건 아니건 결과는 마땅히 존중되고 깨끗이 승복하고 국가의 미래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기본질서이자 신뢰사회의 첫걸음이다. 승자에게는 영광스럽고 패자에게는 아깝고 쓰라린 지난 추억일 것이다.

절반을 넘는 지지를 받았지만, 당선자가 당장 깊이 헤아리고 함께해야 할 것은 패자에게 표를 준 나머지 48%의 허탈감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국민들에게 사탕발림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쏟아내던 대통령 후보가 아닌 18대 대통령으로 2013년 2월 취임한다.

내년 2월부터 5년간 대한민국의 안위와 국민들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그 막중한 짐을 어깨에 지고 우리 사회에서 근본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이념과 진영논리가 아니라 실존의 관점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당선자가 직면한 현실은 경제·사회·안보의 총체적인 위기이고 결국 문제는 경제다. 복합불황의 구조적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더 이상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양극화와 빈곤의 확대, 중산층 몰락,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는 민생을 갈수록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5년 전의 기대가 무너진 유산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욕구를 분출시키고 정책 패러다임을 온통 경제민주화 한 방향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경제성장의 해법을 짜내는 데 모든 시간과 땀을 쏟아야 할 이유다.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과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미래를 밝히는 길인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 때문에 이긴 것이 아니다. 사실 다수 국민들은 어떤 공약이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박근혜 이름을 믿고 찍었다고 본다.

현실성 없는 공약은 폐기하고 국민에게 실현 가능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허황된 약속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을 내놓고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함께 고통을 견디자고 설득하는 당선인의 리더십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

지금의 당선축하보다 진정한 축하는 5년 뒤에 받는 축하의 박수가 더 의미 있다고 본다.

당선의 영광은 지금뿐이고 성패는 5년 후 어떤 대통령으로 국민의 가슴에 남느냐로 판가름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단임제 이래 임기 5년이 영광스러웠고 국민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 무거운 짐을 벗었던 대통령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서 성공의 길은 국민들이 다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지는 못해도 위기의 터널을 빨리 헤쳐 나와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재생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나라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서산·태안=김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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