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원논설위원 한 대수 -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정책대결을 뒤로 한 채 후보들에게 얽힌 과거에 대한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선거로 변질되면서 이러다가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네거티브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후진국형 대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여론조사가 말해 주듯이 이번 대선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박빙의 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민주당 문제인 후보에게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을 거론하며 경제실정을 빗대어 친노실세의 책임문제를 거론하고 문제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유신잔재라고 받아치며 과거를 물고 뜯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선거전이 점점 네거티브선거로 변질돼 국민들의 선택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는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의 말처럼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과거를 교훈으로 삼기위해 과거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역사의 중요지침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과거에 억매이거나 너무 집착해서도 안된다. 더욱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후보들이 전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거나 최고통치권자의 자녀라는 이유로 그 실정책임을 따지면서 아직도 연좌제 아닌 연좌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서로 그 책임을 요구하며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금은 21세기이다. 세계 경제는 불투명하고 정치는 급변하고 있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국내에서의 경제성장이나 복지적 평등, 정치적 쇄신 등, 국민의 보다 낳은 삶을 위해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후보와 선거캠프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제시는 뒤로 한 채 ‘과거’에 대한 서로의 약점을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네거티브 대결양상을 펼쳐 국민들의 꿈과 희망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해진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대통령 출사표 등에서 국민을 위해, 미래를 위해 정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대국민 약속은 오간데 없고 서로의 약점을 헐뜯어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심산으로 국민을 오로지 표로 계산한 선거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물론 두 후보의 이러한 전략이 '안철수 후보 사퇴로 인해 10%대에서 20%로 증가한 부동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왜? 안 후보의 중도사퇴 후 부동층으로 빠진 '반 박근혜, 비 문재인' 성향의 부동층이 생겨났는지? 그 원인을 직시해야한다. 기본적으로 '기존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미래지향적인 새정치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아직도 간파하지 못하고 구태정치의 답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국민들은 실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후보들이 자초한 것이다. “폐족 정권의 실세, 말 바꾸고 책임 안 지는 정치세력”이라며 문 후보를 공격하는 박 후보의 가시 돋친 말, “유신독재의 잔재로 5ㆍ16 군사쿠데타를 미화할 것”이라는 박 후보를 향한 문 후보의 비난은 이번 선거를 대하는 후보들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각 당의 선거 전략도 마찬가지다. 상대 진영을 ‘수권 세력과 불안한 세력의 대결’ ‘민주주의와 독재정권의 경쟁’ 구도로 물아 넣기 위해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후보와 거대 정당들의 과거 전쟁은 새 정치를 갈망하던 유권자들까지 혼돈스럽게 하고 있다. “후보 간 국민에게 다가서는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 능력이 없다 보니 치열한 검증도 없기 때문에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선거가 되고 있다”는 명지대 김형준 교수의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전문가들이나 유권자들이 우려했던 ‘박정희-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대결구도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안철수 전 후보는 대선에 대해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해 싸우고 있다"며 최근 격화된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전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양 후보에 바란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고 더 낳은 미래를 위해 국민의 삶을 책임질 올바른 통치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고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실현가능한 정책대결로 국민들의 심판을 당당하게 받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지지한 후보가 이기든 지든 간에 분열된 지지자들의 통합이나 화합도 빨라지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쉬우며 향후 5년간의 통치도 쉬워진다.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대통령,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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