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우 세종소방본부 조치원119안전센터장

▲ 정종우 세종소방본부 조치원119안전센터장
추운 겨울이 돌아왔다. 팍팍해진 살림에 난방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방 일부만 난방을 하는가 하면, 내복을 꺼내 입고 난방기기를 속속 들여놓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탄난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전기장판, 가스·전기·연탄·나무 난로, 전기온풍기까지 고유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나 또한 동참하기 위해 난방기기 판매 사이트를 기웃거려보지만 소방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난방기기 취급부주의로 인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선 무척 우려스럽다.

화재발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화재이고, 주택화재 현장에서 전기장판이나 난로의 부주의한 사용으로 인해 소중한 재산과 목숨을 잃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1일 새벽,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전북 정읍시의 내장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됐다. 이 화재 또한 전기난로에 의한 화재로 추정된다. 언론에 따르면 내장사 대웅전 내부의 CCTV영상을 확인한 결과 대웅전에 설치된 전기난로 주변에서 불꽃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 잿더미가 됐다니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몇 해 전 업무 차 어떤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직원이 불이 채 꺼지지 않은 난로에 기름을 채워 넣고 있었는데 순간 난로에 불이 붙어 활활 타기 시작했다. 난로 옆에 있던 소화기로 재빨리 진화하긴 했지만 직원의 부주의가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화기를 비치해 놓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불러오는 이러한 화재는 대부분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다. 따라서 우리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난방기기 사용 시 주의할 점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화재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전기 히터류는 수건·이불 등 가연물에 접촉 또는 복사열 때문에 불이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히터 주변에 탈 수 있는 가연물을 방치하지 말아야 하며, 사용 후엔 반드시 전원을 꺼야한다.

전기 장판류는 두꺼운 모포를 덮은 상태에서 온도조절기를 고온으로 사용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동시킨 후 온도가 적정수준에 도달하면 조절기의 설정 온도를 낮춘다. 이불이나 모포 등을 장시간 깔아두지 말아야 하며, 보관할 때는 접어서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난로는 공기흡입구나 심지의 청소 등 적정한 유지관리를 하고, 석유난로에 기름을 넣을 때는 불씨를 완전히 끄고 기름을 넣어야 한다. 또 가정과 직장에 화재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소화기를 꼭 비치해둬야 한다.

올 겨울 우리 국민 모두가 화재에 대한 경각심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올바른 난방기기 사용법을 숙지하여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는, 그런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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