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섭 세종시소방본부 소방통신주임

▲ 노은섭 세종시소방본부 소방통신주임
해마다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이번에도 인재’라고 하는 아쉬움 섞인 신문보도가 1면 제목을 차지하곤 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밤사이 사건사고에선 주택·공장·차량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크고 작은 화재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소방방재청을 비롯, 소방관서에서 여러 가지 시책을 펼치며 시민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역전·시장 등에서 캠페인을 하고, 대형건물과 길거리엔 LED와 입간판으로 홍보를 한다. 어린이에겐 불조심 작품공모를 통해 어려서부터 불조심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민이 느끼는 ‘화재예방’에 대한 의식은 어떠할까.

소방공무원으로 완비증명 등 민원인과 십 수 년을 부딪치며 얻은 경험을 통해 보면 대부분 입으론 ‘안전이 제일’이라 말하지만 실제론 ‘설마 우리집이야’ ‘설마 우리 가게가’ 등의 말을 반복하며 오로지 완공필증만 신속하게 교부받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중이용업소 인명사고의 단골메뉴인 비상구 폐쇄는 ‘나 하나쯤이야’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의 영업허가 때에는 완비증명서를 발급받아야 영업허가를 받을 수 있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설을 갖춰 영업을 시작하지만 실제 영업장엔 술 상자를 쌓아 놓아 창고로 전락하거나 피난통로를 구획해 방을 만들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비파라치, 화재보험 의무가입, 안전시설등 설치기준 강화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자발적 협력과 영업주를 비롯, 모든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의식 변화가 없다면 이런 일은 해마다 되풀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지난 2010년 OECD회원국이 되면서 세계 10위권의 대국으로 부상했다. 한류열풍으로 우리 문화가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각종 사고로 인한 오명으로 안전문화지수와 행복지수 등의 수치는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 풍요와 함께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나 하나쯤이야’ ‘설마’ 등의 안전불감증에서 벗어야 한다. 우리생활의 주변에서부터 안전의 생활화와 함께, 나 보다 다른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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