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태안 김정한 부장

아름다운 단일화를 꿈꾸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은 참으로 비참 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달라.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고 말하면서 억울함을 억지로 참는 머릿속엔 텅 비어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질을 하던 안 후보의 전격 사퇴로 앞으로 23일 남은 18대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맞붙는 양자 대결로 자연스럽게 압축됐다.

안 후보는 사퇴했지만 민주당이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해온 안철수가 민주당을 도울지는 미지수다.

그는 현실정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고 야권단일화를 외친 것 같다 울먹이면서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단 것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 담판에 이어 특사 협상까지 결렬되자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단일화를 포기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문 후보로의 단일화는 이뤄졌으나 ‘새 정치’를 바라는 안 후보 지지자들이 문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안 후보의 설익은 새 정치가 통합민주당이라는 기존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좌초한 꼴이 됐다.

안 후보가 대통령 후보감으로 급부상한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토대로 한 ‘안철수 현상’에서 비롯됐다.

그가 새 정치를 강조하고, 올해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단일화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이유다.

문, 안 후보는 21일 단일화 TV 토론에서 국회의원 정수 조정과 외교안보 등 여러 이슈를 놓고 확연히 다른 견해를 드러내며 설전을 벌렸다.

안 후보가 서로 노선이 맞지 않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에 매달리며 대선 승리에 집착한 것은 새 정치도 아니고 아름다운 단일화도 아닌 것이 였다.

안 후보가 정치적 구태인 대선후보 단일화에 발을 담그는 순간 그의 ‘새 정치 1막’은 실패했고 그에 깨끗한 이미지도 날아갔다.

문, 안 후보 캠프가 단일화 룰 협상에서 보여준 행태도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멀고 먼 길이였다.

정치 공학 상 자신이 살고 상대방은 죽여야 한다.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겨뤄야 할 대선 과정을 온통 ‘단일화 판’으로 변질시키고 많은 국민에게 짜증과 피로감은 물론 분노에 차기까지 만들었다.

안 후보는 후보 양보설이 나올 때마다 “절대 양보는 없다”라고 거듭 말했지만 결국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빈말’이 되고 말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 없이 대선을 불과 석 달 남겨두고 출마 선언을 하는 것으로는 대통령의 꿈이 불가능했음을 깊이 깨달았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의 표를 모으기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외치던 대사기극은 끝났다.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는 자질과 비전, 정책 경쟁을 펼쳐 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서산=김정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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