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지는 맞춤형복지.jpg 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요즘 복지가 화두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주장과 견해가 엇갈린다. 힘들고 가난한 우리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눈물을 닦아주자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복지하면 우선 정부가 베푸는 시혜적 복지를 떠올린다. 허나 국가재정으로 무한정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시혜에 의존하는 수동적 복지에서 벗어나 각자의 자립역량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맞춘 능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적 복지확대에 우리의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사람에게 가장 불행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초생활 수급자를 면하게 하려면 일자리를 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기껏 주는 건 공공근로 같은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노인 장애인 여성 이런 분들에게 좋은 일자리,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약자에게 양적으로 질적으로 반듯한 일자리를 갖게 해줄 것인가가 복지논쟁의 가장 핵심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올해 예산 중 보건, 복지, 노동 분야 예산은 전체의 28%인 86조4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삼성그룹이 사상최대규모인 43조원을 투자하고, 채용규모를 2만5천 명으로 확정했다. LG그룹도 21조원, 롯데그룹, GS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도 수 조 원을 투자하여 공격적인 경영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은 쉽지 않다. 기업의 투자가 사회적 약자의 고용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여성, 베이비붐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수준이 기업의 요구조건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기업 대부분은 R&D 분야와 같은 고급인력을 필요로 한다. 현장에서도 아날로그 시대 단순 표준화되어 있던 낡은 기술이 아닌 컨버젼스시대 산업수요에 맞는 융복합 기술 인재를 요구한다. 또 단순히 고용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은 일자리가 있어도 결국은 공공근로보다 더 나은 일자리 진출이 어렵다.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특히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퇴직을 맞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문제다. 712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들의 상당수가 새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에서는 이들의 재취업을 위해 맞춤형 시니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성남캠퍼스에서는 성남시와 협조해 내선공사, 실내인테리어, 보일러, 타일 등 시니어 계층이 창업 또는 취업이 가능한 직종을 선정해서 운영해 왔다. 627명의 수료생 중 302명이 취업에 성공해 약 48%의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내선공사 등 수요가 많은 직종의 취업률이 60%를 웃도는 것을 볼 때 55세 이상 장년층의 기술교육도 직종을 잘 선정하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부터는 창원캠퍼스 등으로 직종과 범위를 확대 운영한다. 장년층의 학력이나 과거 직무 상태를 파악하여 이들에게 적합한 수준별 기술교육을 실시한다면, 단순히 가르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개개인의 “일머리 역량”을 끄집어내어 현장실무 테크니션으로 길러낸다면 어느 정도 정규직으로 취업이 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는 비공식적인 숫자까지 포함하면 10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3D직종에 종사했으나, 싼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 때문에 직종을 막론하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5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들은 이미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상태로서 고임금이나 좋은 조건의 일자리 보다는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수준만으로도 우수한 베이비붐 세대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에게 일이 없으면 정신이 피폐하고 육신은 병들게 마련이다. 55세 이상 장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의료비 등 사회적 복지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어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지혜와 경륜을 갖춘 베이비부머 시니어들이 이런 맞춤형 기술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숨은 ‘일머리’를 끄집어내어 기술의 가치와 땀의 가치를 실천함으로써 ‘노년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폭넓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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