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국민들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가 448조 2000억 원이나 된다. 적자성 채무가 최근 7년 새 2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전체 나랏빚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적자성 채무는 정부가 보유한 자산을 팔아 갚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민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다. 나라 빚이 이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당초 올해 국가채무가 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기회복으로 세수가 늘어나면서 최종 394조 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집계되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가채무 수준은 그리 안심할 형편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전망이 불투명하고 국내경기가 그리 탐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나라 빚을 줄이는데 머리를 맞대야한다. 낭비성 예산이나 퍼주기식 예산, 인기에 부응하는 예산은 당분간 줄여서 재정을 운영하고 나라 빚을 줄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한다. ‘우선먹기는 꽃감이 달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지금 우리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속담이다. 그러나 경기가 연착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세수감소가 초래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기획재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2011∼2015년 국가채무와 국가보증채무 관리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448조 2000억 원으로 올해 국가채무 422조 7000억 원보다 25조 5000억원(6.0%)이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가보증채무 잔액은 내년 38조 원으로 올해 36조 5000억 원보다 1조 5000억 원 늘어난다. 국가채무는 2013년부터는 증가율이 1∼2%대로 낮아지면서 2013년에는 460조원, 2014년 466조 4000억원, 2015년에는 471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나랏빚이 빠르게 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더 높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 32.8%에 이른 뒤 2014년에는 29.6%로 20%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문제는 국민부담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는 2005년 100조 9000억원에서 2012년 222조 원으로 7년 새 2.2배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나랏빚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5년 40.7%에서 2008년 42.9%, 올해 49.4%에 이어 내년에는 49.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나랏빚 가운데 국민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늘어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발행한 적자국채는 2008년 7조 4000억 원에서 2009년 35조 원으로 급증했다. 적자국채는 지난해에도 23조 3000억 원어치나 발행됐다. 복지지출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에 주목해야한다.

정부는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내년 13조 9000억 원에서 2013년 1조 8000억 원으로 줄인 뒤 2014년부터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전체 나랏빚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3년 48.5%, 2015년 45.4%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부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4.5%로 예상하는 것과 달리 국내외 경제연구소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만큼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확산되면 정부는 다시 적자국채를 발행해 경기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어 계획대로 국가채무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가채무 감축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 재정건전성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경제전망을 근거로 재정 건전성 강화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어느 학자의 지적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은 “준 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 310조 6000억원, 지방공기업 부채 50조원을 합산하면 우리나라 국가부채 규모는 761조 수준으로 GDP의 76%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국가부채 규모는 국민 1인당 1577만원, 4인기준 한 가구당 6000만원이 넘는 빚을 안고 사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가부채 규모가 800조원에 달하게 되면 현재 채권발행금리 수준으로 연 30조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이는 하루 이자만 8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나라 빚을 줄여야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 대목이다. 더 늦기전에 나라 빚을 줄이는 지혜를 모을 때이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