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일기예보와 순차적인 점검,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시에 대비한 전력공급계획만 잘 세워서 능동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이러한 대규모 정전사태는 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막지 못하고 결국은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한마디로 세계가 한국의 위기의식을 평가하는 웃지못할 단초를 제공했다. 기상청은 정전사태가 일어나기 2일전에 전국이 30도를 웃돌 것이라고 미리 예보했었다. 전력당국의 말대로 복구하는데 12시간이 걸린다면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전력당국은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준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기를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랐다는게 당국의 해명이다. 한심한 전력당국이다. 이번 후진국적 정전사태는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한다.

더욱이 전력거래소가 기상청의 예보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전력 수급 계획을 짠 걸로 밝혀졌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작성된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급 계획안에는 당시 기상청 예보를 토대로 정전사태가 일어난 지난 15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을 섭씨 28도로 예상해 최대전력 수요를 6400만kW로 잡았다. 하지만 기상청은 정전사태 이틀 전인 13일, 정전사태가 발생한 15일의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수정 예보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31도까지 올랐지만 전력거래소의 전력 수급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형식적인 점검과 계획에 일지결재는 누가했는지 모두 형식적이었다. 전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경제적 물질적 손실을 야기 시킨 이번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따라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서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 김창섭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박사는 통상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력 수요가 100만 내지 200만이 상승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기상청의 무더위 예보가 있은 다음 날인 14일 정기점검을 위해 99만kW 규모의 울진2호기는 가동을 중단했다. 일기예보만 제대로 확인해 전력 수급 계획을 수정했다면 정전 대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전력거래소는 여전히 일기예보와 날씨 탓만 하고 있다. 정전사태 당일 정비중이던 발전소는 무려 25기이다. 무려 834만kW의 전력 공급시설이 잠자고 있었다는 얘기다. 순차적으로 점검하여 비상시에 대비했어야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전사태 다음날 한전을 전격 방문해 `폭풍` 질책을 일갈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을 여러분이 저질러"."국민에게 부끄러워"16일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와 관련,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를 전격 방문,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여러분들이 저질렀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한전사장 대행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동부·서부·남동 발전 사장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은 발전량이 예상외로 많이 들어 전기 소모를 줄여달라고 하면(국민들이 협조해서) 5%, 10% 줄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라며 "국민은 그런 자세로 준비돼 있는데 여러분의 수준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후진국 수준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회사 여러분들은 큰 세계적인 국영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국민들을 생각해봐라. 전기를 끊더라도 끊을 데 끊어야지. 병원도 끊어지고, 엘리베이터도 끊어지고, 중소기업들이 전기로 작업하는데도 갑자기 끊었다"며 "말할 수 없이 분통터지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을 지키지 않아 이런 사고가 터졌다"며 "여러분들의 의식구조 시스템이 후진국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국민에 대한 투철한 봉사정신이 부족하다"며 공급자 마인드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수요자가 어떤 불편이 있고 수요자가 어떤 피해를 입을까 전혀 생각을 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부끄럽다. 이런 실수는 국민들에게 정부가 고개를 들 수 없는 거다"라며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욱이 이번 정전사태에 대해 전력거래소와 지경부는 순환정전을 실시하기 전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사전보고도 하지 않았다. 당일에서야 사상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예상하고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위기의식이 전혀 없었다. 안전 불감증이다. 국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벌인 것이다. 이들의 무사안일한 전력공급계획으로 인해 전국민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며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공격이나 더큰 상황이 전개됐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정부와 전력당국은 이번 사상초유의 정전사태를 맞이하여 재발방지책을 제재로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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