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호 대전지방보훈청 복지팀장

늦가을의 청명한 기운이 지상에 내려앉는가 싶더니 어느덧 소슬한 찬 서리가 내리는 겨울 문턱에 들어섰다.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우리는 이 날이 1905년 치욕스럽게 기록된 을사늑약(乙巳勒約)의 날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해 사실상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만든, 바로 그 조약! 중국 상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9년 11월 21일 임시의정원 회의에서 11월 17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이 날을 통해 국권이 실질적으로 침탈당한 을사늑약의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을사늑약을 전후해 순국하신 많은 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을 기념했던 것이다. 이 날은 올해로 82년을 맞았다. 정부는 199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해마다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연다. 올해는 천안 독립기념관 내 겨레의 큰마당에서 11시에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정부주요인사,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 관련단체 회원, 각계대표, 시민대표, 학생 등 100명 미만으로 열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각 광역 시·도에선 지역 기념행사를 지원하고 국내·외적으로 학술회의, 사진전 등을 개최하고 있다.

순국선열은 우리나라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이다. 1876년 함포를 앞세워 우리나라를 개항시킨 일제는 마침내 1905년엔 서울 전역을 장악했다. 공포 분위기 속에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를 대동하고 경복궁에 쳐들어가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을 체결케 했다. 외교권을 박탈당한 대한제국은 실질적인 국권을 상실했다. 그 즈음부터 수많은 순국선열들은 광복을 맞을 때까지 5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조국의 자주독립 투쟁을 전개했다. 기념일을 제정한 취지는 나라의 주권을 되찾다가 순국하신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그 정신을 본받는데 뜻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순국선열의 날을 꼭 기억하고 그 분들의 명복을 빌고 추모하는 한편, 선열들의 충절과 희생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특히 가족과 같이 인근에 있는 현충시설 하나라도 돌아보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울러 순국선열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보여주신 위국헌신의 정신과 멸사봉공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야말로 눈앞에 닥친 코로나-19 난국을 극복하고 부강한 선진문화와 남북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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