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훈 대전지방보훈청 보훈과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11월11일이 무슨 날인지 물어보면 열의 아홉은 ‘빼빼로데이’라 말할 것이다. 친구에게, 연인에게,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는 날로 확고히 자리잡은 듯하다.
이러한 11월 11일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하나 더 알고 기억했으면 하는 의미가 있다. 바로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다.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은 11월 11일 오전11시에 전세계 사람들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고 추모하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전세계에 유일한 유엔묘지가 있는 곳으로 한국전쟁 중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11개국 2311명의 유엔군 장병들이 잠들어 계신 성지이다.

11월 11일은 본래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다. 이날을 미국과 서유럽 국가에선 종전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하여 전사자를 추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대군인의 날(Veterans Day)이고, 영국과 호주는 현충일(Rememberce Day)이며, 유럽 여러 국가에서서도 매년 이날을 종전 기념일, 전사자 추모일로 지켜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현충일에 해당되는 이날이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으로 우리나라에 자리잡게 된 것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캐나다의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이듬해 2008년 정부주관행사로 격상됐고, 2014년부터는 22개 유엔참전국과 함께하는 국제추모행사로 발전하였다. 2020년에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 선양 등에 관할 법률’이 제정되어 11월11일이 법정기념일인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지정되었다. 올해 국제추모의 날은 국내에서 발굴된 영국국적의 참전용사 세분의 유해를 모시는 안장식이 포함되어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유엔참전용사들은 우리에게 ‘현재’라는 선물을 준 영웅들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청년시절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켰다. 이제 가난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가 참전용사들을 초청하여 기적같은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 현지에서 감사하는 행사를 하거나 참전용사의 후손에 대한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선 마스크와 의료품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을 보며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음에 벅찬 감동을 느낄 것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행사나 다양한 국제 보훈사업처럼 이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유엔참전용사들에게 더욱 의미있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기억일 것이다. 부디 우리 국민들이 이들을 생각하며 11월 11일 11시 부산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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