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은 추석민심을 헤아려야

한 대수 자치행정부장

정부와 정치권이 추석민심을 헤아리고 있으나 정작 민심잡기의 행보는 역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철수 신드롬이 보여주는 민심의 표출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그리고 선진당 등 야권이 추석 민심잡기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클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도 신뢰를 보내지 않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준표 대표최고위원이 추석연휴를 보내면서 모두들 마음이 무거웠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추석민심을 돌아보니 첫째,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에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치권에 대한 자성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이며 우리 정치권이 자성하고 민생을 위해서 여야가 협력한다면, 지금의 춤추는 여론은 달라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두 번째로 서민경제가 좀 많이 팍팍해졌다며 한나라당이 서민정책에 대한 노력을 기울인 만큼 국민들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고 진단하고 세 번째는 물가를 안정시켜 달라는 뜻인데 물가안정 문제이다. 우리가 물가안정을 이야기할 때에는 ‘농수산식품 안정’ 이야기만 하면서, 물가만 오르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바람에 오히려 농어민들은 굉장히 힘들어 한다. 이러한 추석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서 당이 변화하고, 개혁하고 보다 서민 속으로 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놨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추석 전에 비정규직 대책, 대학등록금, 청년창업, 5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등 정책이 한꺼번에 쏟아졌는데 비정규직 대책문제는 그동안 시끄럽게 떠들었던 무상급식보다 훨씬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잠깐 언론에 비추고 지금 후속 홍보가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순히 예산을 500억에서 600억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정책입안 홍보와 소통이 부족하다고 민심을 겨냥했다.

민주당도 제395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손학규 대표는 추석 민심은 물가고에 대한 한탄과 원망이 정말 컸고 서민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탄식도 컸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를 제대로 잡을 방법은 솔직히 없다는 말을 했는데 이것은 정말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며 ‘물가 잡겠다’, ‘서민생활 안정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정책을 펴겠다’는 대통령으로서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전환의 자세를 보여야한다면서 부자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 특권층,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정치를 바꿔야한다는 것이 추석민심이다고 평가했다.

추석밥상의 또 다른 화제는, 소위 ‘안철수 돌풍’으로 표현되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은 저희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추석 민심을 보면서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자기 성찰을 다짐한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한편으로는 우리자신을 바꿔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자신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고 차별과 특권을 없애기 위한 노력과 투쟁을 해왔으며 부자감세 철회, 등록금 인하를 위한 일부 조치, 무상보육의 확대, 비정규직 4대 보험의 부분적 재정부담,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조치들이 따라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선진당 변웅전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추석 연휴기간 동안 민심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생활고에 허덕이는 민심은 기성 정치권을 모두 질타하고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았다고 진단했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에 대한 쏠림현상이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가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는데도 여의도의 풍향계는 제자리만 맴돌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제 18대 국회 마지막 결실을 소중히 거둬야 할 정기국회에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뼈저린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고 양당에 충고했다.

성난 추석민심은 우리 정치권에 따가운 경고를 주고 있다. 소득은 그대로 이거나 더 떨어지고 한없이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은 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장사는 잘 되냐고 묻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불경기에 신음하는 자영업자, 한우를 비롯한 우리 농수산물 가격하락으로 근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농민들, 과연 농축산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냐는 벼랑 끝에 선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는 김낙성 대표의 말은 정부와 정치권에 주는 뼈아픈 메시지이다.

또한 추석 밥상에 모여 있는 가족들이 예전에는 덕담과 미혼 자녀의 결혼인데 이제는 그런 덕담과 재촉보다는 언제 취업할 수 있냐로 바귀었다는 것이다. 전세대란 등 현 정권 들어 훨씬 팍팍해진 서민들의 생활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추석밥상은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한 분위기였다며 추석연휴 기간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치권 인사의 인기가 추석 전과 다를 바 없이 높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내려가고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이런 결과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질타를 한층 더 새겨듣고 국민의 신뢰가 모아질 수 있도록 앞으로 정치권의 피나는 노력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