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에 입학한 전국 39개교 의대 신입생 2977명 중 소득 1~8구간에 해당하는 학생 577명에 불과

의대 신입생 중에서 저소득층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소득과 입시 성적 간 상관관계가 강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불리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 전형 비율이 다른 학과에 비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의대와 같이 사회적 책무가 중요한 학과에서는 상대적 고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에 입학한 전국 39개교 의대 신입생 2977명 중 소득 1~8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은 577명으로 전체의 19.4%에 불과했다.

국가장학금 1유형은 소득 1~8구간에게만 주어지는데, 월 소득인정액 920만원 미만이 소득 8구간에 해당한다.

즉 2020학년도에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중 80.6%가 국가장학금 대상이 되지 않은 소득 9~10구간 고소득층 출신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작년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신입생 중 42.5%가 소득 9~10구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의대 신입생 중 소득 1~8구간 비율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2017년에는 24.9%였는데 2019년에는 20.4%, 2020년엔 19.4%로 떨어졌다. 특히 2017년에 43명은 되던 기초수급자·차상위 계층 출신은 전체 모집인원이 20% 늘어날 동안 작년에 41명으로 감소할 정도로 의대 신입생에서 저소득층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입시학원가에서는 가구소득에 따라 입시 결과가 좌우되는 현재 입시 판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2000년도 초반부터 가계소득과 대학 진학 성과의 연관 관계가 더욱 강해졌다"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대인 만큼 가계소득이 높은 학생이 많이 들어오게 되고, 이는 다른 상위권 대학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소득층이 사교육에 쓰는 비용이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소득과 입시 성적 간 연관 관계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통계청의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월 소득 300만~400만원 가정에서는 월평균 사교육비가 2015년 21만2000원에서 23만4000원으로 2만2000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가정에서는 42만원에서 51만5000원으로 9만5000원 늘었다.

의대의 고소득층 비율이 높게 나오는 데에는 높은 정시 비율과 재수 비율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국내 4년제 대학 전체의 수시 선발 인원 비율이 77%인 것에 비해 의대는 60%로 낮은 편이다. 수시전형은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내신 경쟁력이 있는 학생부전형으로 의대 입학을 노려볼 기회가 많은데, 의대는 이를 통해 선발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또 의대는 수시전형에서도 수능 최저 등급 기준 역시 매우 높은 편이라 가정 소득이나 학교 환경에서 불리한 학생들이 수능 최저 등급에 걸쳐 탈락되기도 한다.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은 '정시형' 자율형사립고나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얻는 경우가 많아 가정 소득과 학생 성적 간 연관성이 강한 편이다.

아울러 의대는 학과 특수성 때문에 n수생도 많다 보니 결국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벽이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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