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9월이 가을장마와 함께 찾아왔다. 폭염으로 지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을장마가 덮치면서 식재료 등 소비자물가가 두 달째 2.6%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밝혔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6일부터 11조 규모의 재난지원금도 풀린다. 소비에 쓰일 것으로 보여 물가상승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추석민생안정대책도 시행되지만 추석수요가 몰리게 되면 추석성수품의 가격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 같다. 온통 오른다는 얘기만 들린다. 여유 있는 마음들이 사라지고 삶의 자세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되고 추석에 8인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3∽4단계의 피로감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방식의 방역이 지속되어야 하는지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마디로 막고 품는 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원금을 줘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질 않고 있다. 여기에다 가을장마와 물가인상, 경제난 등 이래저래 우울한 일상이 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즐겁기 보다는 걱정이 태산 같다. 그래도 9월은 추석연휴를 향하고 있다. 연휴가 끝나면 가을이 시작되는 추분이다. 올 9월의 시간이 유독 빠르기만 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대선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여야가 내년 대선후보를 선출하고자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우위를 접하는 후보에서부터 왜 나왔는지 존재감마저 미미한 후보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자신이 대통령감이라는 자부심에서 출발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군웅할거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문제는 치졸한 싸움과 폭로전이 국민들에게 식상함을 더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정당당한 정책대결과 검증이 아닌 약점공방이나 흠집 내기 식의 구태의연한 전근대적 행태가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초토화되고 있는 경제를 살리고 부동산 폭등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세대들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들이 제대로 보이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나서고 있는지 모를 정도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선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올바른 통치철학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지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긍정의 모습이 아쉽다. 이전투구의 강퍅한 선거 양태는 자제되어야 한다. 수준이 떨어지고 추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타격을 입고 있는 서민경제의 활로를 되찾기 위한 처방이 절실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백신접종도 더욱 서둘러야 한다. 수급타령만 하고 계획타령만 할 일이 아니다. 코로나 변이타령도 마찬가지이다. 화이자가 됐건 모더나가 됐건 일단 국민들에게 접종을 끝내놓고 다음을 생각할 일이다. 1,800명, 2,000명을 넘나드는 코로나 확진자 소식에 마음편한 날이 없다. 백신접종을 했는데도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돌파감염이라는 신종용어까지 등장했다. 다행히 9월과 10월에는 백신접종률이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18세에서 49세의 백신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초·중·고등학생들이 걱정이다. 개학에 이어 앞으로 수능시험까지 이어지면서 언제 어디서 집단감염 사태가 빚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을의 서곡을 알리는 9월은 3분기의 마지막 달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9월은 풍요로운 마음으로 한해의 결실을 바라보는 달이다. 한가위인 추석 보름달의 푸짐함이 이를 상징한다.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넉넉함을 생각해 본다. 힘들고 어려운 역경이 우리 사회와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만 9월은 풍성함을 선사하는 대자연의 위대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싶다. 태풍과 폭염, 장마를 이겨내고 탐스런 모습을 드러내는 가을과일은 그래서 더욱 달콤한 것 같다. 긴 장마처럼 지루한 코로나의 시절이지만 9월만큼은 이런 저런 시름을 접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넉넉함과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 어려운 시기 재난지원금 25만원도 일조를 할 것 같다. 9월은 추석이 있어 그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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