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태논설고문


최근 들어 황당한 사고들이 발생해 국민들이 충격에 빠져있다. 발생한 사고들이 참으로 황당하다. 먼저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경 전남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했다. 이 건물은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17명이 타고 있던 버스를 덮쳐 이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당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철거작업은 굴삭기가 올라타 건물을 허무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는 해체계획서와는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유사사건이 이미 발생했었다는 점이다. 이번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발생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지난 2019년 7월 4일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에서 발생한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판박이라는 점이다. 먼저 사고 징후가 있었다는 점과 안전장치라고는 천으로 된 가림막뿐이고 철거 순서가 지켜지지 않았던 점까지 닮았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인재이자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재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서울에서 2년 전에 발생한 사고에 이어 유사한 사고가 재발했다는 것은 그동안 대비책에 소홀했음을 보여준다. 뒤늦게 부랴부랴 국토부가 광주붕괴사고 제 4중수본 회의를 열고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 건축물 철거현장의 공사중지와 안전점검요청을 하고 나섰다. 전국 지자체에서 점검을 실시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대전시 등 자치단체들도 대규모 건축물 해체공사 시 상주감리를 지정하는 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뒷북 대책에 나섰다. 시공과 철거라는 두 개념에 부딪히는 곳이 바로 재개발현장이다. 그동안 많은 현장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는데도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가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호떡집에 불난 듯’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유사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다는 발표는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듣는 말이다.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국민들이 이를 공감할지는 미지수이다.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책임자 중 실형을 받은 건 현장 관리소장 1명이고 철거업체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 되어버려서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광주 건물 붕괴 사고는 책임자가 엄중히 처벌받고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세워져야 한다. 전국에는 공사현장이 곳곳에 산재해 언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유사한 화재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이천물류센터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50대 소방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6월 17일 오전 5시 20분 경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쿠팡 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최초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소방인력과 소방장비를 투입하고 소방당국의 화재 대응 2단계를 발령하여 불길을 잡았지만 다시 불길이 재발화하면서 이런 불상사가 빚어졌다. 특히 물류센터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경기도 용인 SLC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경기도 군포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천에서 자주 발생했다. 2020년 4월 29일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센터 신축 현장 화재 사고는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산업안전공단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대비하지 못해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2008년 12월 5일에도 GS리테일 서이천 물류창고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도중 불꽃이 튀면서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붙은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냉동 분류작업을 하던 인부 8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2008년 1월, 이천시의 냉동창고 화재 참사와도 유사했다. 이처럼 이천의 물류센터에서 화재 사고발생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안전사고에 대해 뼈아픈 경험을 해왔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안전사고에 대비하지 못하고 황당하게 당한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늘 대형사고를 당하면서 대오각성하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해 왔다. 이번 광주 붕괴사고는 물론 쿠팡 이천물류센터 화재도 모두가 기존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철저히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이 무겁다. 늘 뒷북 행정으로 피해자를 양산하며 피해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그 자체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천 화재에서 실종된 소방관의 사망도 안타깝다. 광주 붕괴사고로 무려 17명이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인재이자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뒤늦은 재발방지책이 무색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이어서는 더욱 안 된다. 주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름철 우기가 다가온다. 안전 사각지대 곳곳에서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비무환의 자세를 모두가 다시금 가다듬어야 할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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